[알쏭語 달쏭思] 전(煎)과 산적(散炙)

입력 2018-02-2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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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대표하는 음식은 역시 전과 산적이다. 전을 부치다 보면 온 집안에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하여 입안에 군침이 돌곤 했다. 그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는 웬만큼 사는 집에서나 전을 부쳤다. 1년 내내 고기 맛은커녕 들기름 참기름 냄새도 제대로 맡지 못하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이웃집에서 전을 부치면 그 냄새를 맡으며 침만 꼴깍꼴깍 삼켜야 했다.

전은 ‘煎’이라고 쓰는데 이 ‘煎’은 원래 ‘달이다’ 혹은 ‘졸이다’, ‘지지다’, ‘들볶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煎’이 “생선이나 고기, 채소 따위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한 뒤,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오징어파전, 해물전, 버섯전, 고기전 등의 ‘전’이 다 그런 의미이다.

그런가 하면 煎과 비슷하면서도 실은 판이(判異)한 음식으로 산적이 있다. 산적은 ‘散炙’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흩을 산, 늘어놓을 산’, ‘구울 적’이라고 훈독한다. 소고기 따위를 길쭉길쭉하게 썬 다음 갖은 양념을 하여 대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을 산적이라고 하는데 재료에 따라 고기를 사용하면 육산적, 생선을 사용하면 어산적, 육류와 어류가 섞였으면 잡산적 등으로 불렀다. ‘炙’은 ‘구울 자’라고 훈독하기도 한다. 회와 구이를 함께 이르는 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의미를 가진 ‘회자(膾炙)’가 바로 그런 예이다.

요즈음엔 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피자 등 기름기 있는 먹거리가 많아서 명절이 되어도 전이나 산적을 찾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오히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라고 하여 피하는 경향마저 있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여성들은 전이나 산적을 ‘잘 먹지도 않을 거면서 여성들만 고생시키는 음식’으로 규정하여 추방(?)하려는 뜻도 보이고 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음식의 풍요 속에 여전히 끼니를 잇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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