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흐지부지(諱之秘之)와 어영부영(御營非營)

입력 2017-12-28 11: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적폐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이 적폐를 덮어둔 채 흐지부지하거나 어영부영 끝내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오해는 불식되었지만 한때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일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리지 않고 대충 넘어가거나 크게 시작한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끝낼 때 ‘흐지부지’했다는 표현을 한다. 순우리말 같지만 사실은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변한 말이다. ‘휘(諱)’는 ‘꺼릴 휘’, ‘비(秘)’는 ‘숨길 휘’라고 훈독하며 ‘之’는 흔히 ‘갈(go) 지’라고 훈독하는 글자이지만 여기서는 앞의 글자인 ‘諱’나 ‘秘’가 동사 역할을 하도록 돕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휘지비지(諱之秘之)’는 ‘꺼리고 또 숨긴다’는 뜻이다. 즉 사람들의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서 드러나지 않도록 숨긴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의 ‘휘지비지’가 발음이 와전되어 ‘흐지부지’가 되었다.

어영부영이란 말은 조선시대 군영(軍營)인 어영청(御營廳)에서 나온 말이다. 어영청은 원래 기강이 엄격한 정예부대였는데 조선 말기가 되면서 군기가 해이할 대로 해이해져서 형편없는 군대가 되고 말았다. 이런 군대를 본 사람들은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다”라는 뜻에서 ‘아닐 비(非)’자를 써서 “어영비영(御營非營)”이라고 비아냥거렸는데 이 발음이 와전되어 ‘어영부영’이 된 것이다.

흐지부지하거나 어영부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큰 화재가 있었다. 원인 조사를 흐지부지해서도 안 되고 규명된 원인에 대한 처리를 어영부영해서도 안 된다. 시비를 분명히 가려 끝까지 마무리를 잘해야 비극이 재발하지 않는다.

연말이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청산해야 할 일을 흐지부지 어영부영 넘기지 않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자.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427,000
    • -0.41%
    • 이더리움
    • 4,318,000
    • -2.31%
    • 비트코인 캐시
    • 476,400
    • +2.83%
    • 리플
    • 617
    • +1.48%
    • 솔라나
    • 196,200
    • +8.64%
    • 에이다
    • 512
    • +1.99%
    • 이오스
    • 703
    • +1.44%
    • 트론
    • 183
    • +1.1%
    • 스텔라루멘
    • 125
    • +4.17%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600
    • +1.47%
    • 체인링크
    • 18,000
    • +3.03%
    • 샌드박스
    • 415
    • +7.5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