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지배력 변화 촉각..대응책 고심

입력 2017-12-22 09:32 수정 2017-12-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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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 2년 만에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 집행 가이드라인’의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정정하기로 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SDI는 5000억 원이 넘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해야한다. 재계 역시 정부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낀다면 어떻게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합병 관련 신규출자 금지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바꿔 삼성SDI에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 매각하도록 한 데 대해 삼성은 그룹 차원의 입장을 자제한 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삼성SDI가 “공정위의 예규가 확정되고 매각 통보가 공식적으로 이뤄지면 법률적인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대응방안을 정하겠다”는 짧막한 입장을 밝힌 게 전부다.

다만 삼성 내부에선 2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뤄진 정부의 공식 결정이 정권 교체 이후 뒤집어진 데 대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이번 공정위 결정이 삼성그룹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 합병 후 순환출자에 대한 여러 쟁점 가운데 출자 연결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의 합병에 대한 해석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강화’된다고 해석했지만 이번에는 이를 ‘새로운 순환출자고리의 형성’이라고 해석했다. 기존 순환출자고리 바깥에 있던 존속법인이 합병을 통해 고리 안쪽으로 편입되는 것은 새로운 순환출자고리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이라고 해석하면 기존 고리에서 추가된 지분만 매각하면 되지만, 신규 순환출자의 경우엔 합병으로 취득한 주식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2년 전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했던 삼성SDI는 이번 번복으로 인해 404만2758주(5월 기준)를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매각 규모는 전날 종가(12만7500원) 기준으로 5155억 원에 달한다.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은 주력인 삼성전자 지배인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5%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 4.61%를 갖고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 39.08%)로서 삼성전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매각해야할 삼성물산 주식은 2.1%에 불과하므로 당장 지배력이 흔들릴 일은 없지만 향후 보험업법 개정이나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이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19%)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이 부회장에게는 삼성물산 주식이 한 주라도 아쉬운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삼성이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에 따른 후속조치를 순순히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많은 주식을 누구한테 파느냐도 문제다. 삼성물산은 그룹 내에 지주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가 그 주식을 인수할 경우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지거나, 기존 고리가 강화되는 문제를 피하기 힘들다.

삼성이 ‘신뢰보호의 원칙’을 내세워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이 행정기관의 행위나 발언을 믿고 후속조치를 했다면 그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허가를 후임 단체장이 번복할 수 없는 게 이에 해당한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삼성 입장에서는 신뢰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정위 입장에서는 과거 잘못을 바로잡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계에선 공정위의 발표가 경영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예측 가능성을 정부가 어지럽혀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정부의 결정이 또 뒤집히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결정한 것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또 뒤집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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