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 자유롭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통제하는 것도 아닌데, 처한 상황을 스스로 껄끄럽게 느껴 말이나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을 흔히 ‘어색하다’고 표현한다. 잘 모르는 사이이거나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마주 대하여 자연스럽지 못할 때도 어색하다고 하고, 대답하는 말이 경위(經緯)에 맞지 않아 궁색할 경우, 또 말이나 행동이 격식이나 규범에 맞지 않아 부자연스러울 때도 어색하다고 한다.
어색은 한자로 ‘語塞’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말씀 어’, ‘막힐 색’이라고 훈독한다. 본래는 말이 막히는 상태를 어색하다고 한 것이었는데 그 뜻이 확대되어 말뿐 아니라 행동이 막혀 부자연스러울 때도 어색하다는 표현을 하게 된 것이다.
‘어색하다’와 비슷한 말로 ‘겸연쩍다’가 있다.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이 쑥스럽거나 미안할 때 ‘겸연쩍다’고 한다. 겸연은 ‘慊然’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찐덥지 않을 겸’, ‘그러할 연’이라고 훈독하는데 ‘찐덥지 않은’은 ‘마음에 차지 않는’이라는 뜻이다. ‘然’은 ‘그러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인데 동사 혹은 명사의 뒤에 붙어서 그 동사나 명사를 형용사나 부사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자연(自然), 의연(依然), 홀연(忽然) 등이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慊然은 ‘찐덥지 않은’, 즉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쩍다’는 ‘그런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데가 있다’는 뜻을 더하면서 형용사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접미사이다.
어색함도 겸연쩍음도 다 떳떳하지 못하거나 자연스럽지도 못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남으로 인해 그런 상황을 맞기도 하지만 대개는 내가 잘못하여 그런 상황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하여 어색함과 겸연쩍음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술자리가 많은 연말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