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원전 불 지핀 ‘낡은 배관’의 진실은

입력 2017-12-11 10:39 수정 2017-12-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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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박엘리 기자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에서 원전 책임자가 “원전 내부의 밸브는 3만 개, 배관 길이는 170㎞라서 40년이 지나면 모든 부식을 파악할 수 없다”고 한 대사는 여전히 기자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실제 영화는 지진으로 원자로 건물 내 냉각수 밸브가 터진 후 원자로 내 냉각수 수위가 내려가고 압력이 커져 원전이 폭발한다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럴듯했다.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허구(虛構)였다. 실제 들여다보면 원전 내부 밸브와 배관 등은 하나하나 시리얼 넘버(식별 고유번호)가 붙어 관리되고 있다. 또한, 계측 장비가 실시간 감시해 이상이 생기면 신호를 보낸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중 가장 노후화한 월성 1호기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원전 제로(0)’를 내건 것은 영화 ‘판도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판도라’를 본 후 “판도라(원전)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판도라 상자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도 보도됐다.

특히, 지난달 15일 문 대통령은 포항 지진 발생 직후 열린 긴급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경주 지진 이후 원전이나 석유류·화학제품을 다루는 시설들이 내진 보완을 했다고 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제대로 된 것인지, 낡은 배관 구조까지 잘 된 것인지 세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에게는 영화 속 ‘낡은 배관’이 신념으로 자리 잡힌 듯 보인다.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와 경주·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원전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안전성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의 시작 자체가 잘못된 정보라면 문제가 있다. 원전 내진 성능을 규모 8.0까지 올리겠다고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원자력의 대안으로 화력발전을 늘리기 어렵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에는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간단치 않다. LNG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검토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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