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100년 뒤처지고 6년 미뤄진’ 초대형IB의 바람

입력 2017-11-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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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1935년, 1869년.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설립연도다. 물론 이들 회사는 처음부터 정통적인 IB의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이전까지 국제 금융시장을 수십 년간 주도해 온 IB 중에서도 글로벌 톱티어(top-tier)였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수년 전부터 이 같은 대단한 회사들을 모델로 삼고, 초대형 IB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7월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초대형 IB 육성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시 업계 전문가들은 100년 가까이 된 회사를 모델로 삼으며, 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시기마저 놓치며 5년이 지난 2016년이 되어서야 금융위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다시 발표했다. 그 이후에도 초대형 IB의 선정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며 증권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올해 7월 금융위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5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는 당시만 해도 8월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9월에는 인가가 시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심사는 10월로 연기, 또다시 11월로 미뤄졌다. 결국, 11월에 이르러서야 다섯 군데 모두 초대형 IB로 지정됐고, 이 중에서도 한국투자증권만 초대형 IB 핵심 업무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금융위가 개정안을 발표한 지 6년 4개월 만에 한국에도 IB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것도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실 글로벌 IB와 경쟁을 하기에는 출발 시점도 상당히 늦었지만, 자본 규모 면에서도 턱없이 보잘것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같은 글로벌 IB 등은 우리보다 20배 이상의 자본력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일본의 노무라증권도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시기와 자본력 면에서 모두 이들과 경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초대형 IB 시대가 도래한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어서 빨리 나머지 증권사들에 대한 단기금융업 추가 인가가 마무리돼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하길 바라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그간 미뤄진 안건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 추가 인가 여부에 쏠려 있다. 게다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28일 오전 진행된 금감원 간부회의에서 “연말까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수준을 결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 개최 횟수를 늘려라”고 지시한 만큼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더디기만 했던 인가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여전히 증권업계 분위기는 서늘하다. 이번 제재심에서 높은 수위의 제재가 내려질 경우 단기금융업 인가가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인가 작업이 애초 계획보다 수개월 미뤄진 상황임은 물론, 그 어떤 것도 예단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속도’라는 것은 초대형 IB를 꿈꾸는 증권사에는 무의미한 셈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는 증권사들은 “인가만 되면 바로 영업할 수 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할 정도로 열의에 차 있다. 올해 안에는 ‘대한민국 초대형 IB의 빅 픽처(큰 그림)’를 그려볼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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