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제(題)와 발(跋)

입력 2017-1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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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송시대 이전에는 책이나 서화작품이 다 두루마리 형식의 ‘권자(卷子)’였다는 점은 어제 글에서 밝혔다. 이런 권자의 앞부분에 해당 책이나 서화를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글을 써 넣는 경우, 이것을 제(題)라고 하고 맨 뒷부분에 해당 책이나 서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써 넣은 것을 발(跋)이라고 한다.

옛사람의 글 중에 ‘題○○○書(○○○의 글씨에 제하여 쓰다)’, ‘跋○○○畵(○○○의 그림에 발문을 붙이다)’라는 형태의 글이 바로 題와 跋인데 나중에는 양자를 합칭하여 제발(題跋)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원래 題는 대부분 해당 책이나 서화가 처음 제작되었을 때 앞부분에 작자 본인이 쓰든 남이 쓰든 한두 편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跋은 당대(當代)는 물론이고 후대로까지 이어지면서 그 권자의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소유자 자신이 써 붙이기도 하고 그 권자를 함께 감상한 친구들이 종이를 이어가며 써 붙이기도 하였다.

이런 까닭에 중국의 옛 서화작품 권자에는 많은 글들이 덧붙어 있고, 글을 쓴 사람들이나 소장자가 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위해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도장도 그렇게 많다. 송나라 사람 소동파는 권자의 뒷부분에 꽤나 길게 종이의 여유를 남겨두곤 하였는데 500년, 1000년 후에 그의 작품에 발문을 붙일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여백을 두었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 선생이 그린 ‘세한도(歲寒圖)’ 권자의 뒷부분에도 많은 글들이 붙어 있다. 첫 번째로 붙은 글은 추사 자신이 쓴 題이다. 추사는 이 題를 통해 그림을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그려준 이유를 밝혔다. 이상적은 세한도를 중국으로 가지고 가서 당시 중국의 명사 16인에게 청하여 발문을 써넣게 하였다. 요즈음으로 치자면 추사의 원제(原題)에 대한 댓글을 달게 한 것이다.

옛사람들이 남긴 품격 높은 발문을 읽는다면 잘못된 오늘날의 댓글 문화를 바로잡는 데에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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