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최초로 여성 전문경영인(CEO)이 홈플러스에서 나온 가운데 다음 여성 CEO는 어느 기업에서 배출될지 주목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여성 비율이 많은 만큼 최근 여러 유통기업들이 여성 임원수를 늘리면서 ‘여풍(女風)’을 가속화하고 있다.
18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에 달한다. 특히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으로만 그 범위를 좁히면 무려 절반(50%)이 여성이다.
임일순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이 지난 13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서 맨 처음 ‘유리천장’을 깬 첫 주인공이 됐다. 홈플러스는 CEO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엄승희 상품부문장·부사장)과 기업운영의 중심인 인사부문(최영미 인사부문장·전무)의 수장 자리를 모두 여성이 맡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 고객의 상당수가 여성인 만큼 고객 입장에서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며 “홈플러스는 그 동안 주요 요직에 여성 임원을 배치시키는 등 임원 선임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인사를 진행해왔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인사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여성 CEO는 어디서 탄생할지 기대가 모아지고 가운데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롯데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19일 여성 임원 21명을 한자리에 모아 “여성인재들이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롯데그룹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파격 인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기회가 날때마다 여성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5년 동안 롯데의 여성임원은 3명에서 21명으로 7배 늘었다. 2015년 롯데그룹 여성리더십포럼에서 여성임원을 전체 임원의 3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출범한 기업문화개선위원회에서도 여성 리더십 육성을 개선과제로 꼽았다.
그 결과 여성 간부사원(과장급 이상)의 수도 2008년 95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870여 명까지 증가했다. 여성 채용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30%에 이르며 매년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40% 가량 여성을 뽑고 있다.
이 외에 현대백화점그룹도 2012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여성 점장을 발탁하는 등 여성 임원 확대에 신경 쓰고 있다. 2015년에는 여성 임원 3명을 한꺼번에 임명했다. 특히 현대백화점 계열 패션 전문 기업 한섬은 사업부별로 브랜드를 총괄하는 임원을 여성으로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
이랜드리테일 역시 7월 이윤주 상무보를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해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여성 CFO는 이랜드그룹 최초이며 패션, 유통업계에서도 드문 파격적인 인사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유리천장 깨기에 나선 것은 업계 특성상 여성고객이 많고 소통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홈플러스의 여성 첫 CEO 배출을 시작으로 여성친화적 정책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