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한정후견인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9-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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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법은 치매 등의 문제로 재산관리 등을 할 수 없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 7월 1일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다. 심한 치매 등으로 스스로 일을 처리할 능력을 상실한 사람에게는 ‘성년후견’을, 그보다는 상태가 낫지만 자신의 일을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이는 사람에게는 ‘한정후견’을 하게 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청구로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격호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한 것은 신격호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였다. 신격호 회장은 성년후견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법원은 신격호 회장이 ‘성년후견’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지만 ‘한정후견’은 필요하다고 보고 한정후견을 개시했다. 한정후견인으로는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문가 후견법인인 ‘사단법인 선’을 선임했다.

최근 신격호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과 관련해 새로운 뉴스들이 보도됐다. 신격호 회장의 한정후견인이 신격호 회장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구를 법원에 한 것이다. 아직도 신격호 회장의 자녀들 사이에 롯데그룹 경영권과 관련한 분쟁이 진행 중이므로 한정후견인이 신격호 회장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민감한 문제이다.

후견인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최근 다른 사안에서 처음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삼화제분의 창업주 박만송 회장은 2012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박만송 회장의 아들 A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삼화제분 주식을 증여하는 계약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만송 회장의 배우자인 B는 아들 A가 증여계약서 등을 위조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B의 손을 들어주었다. 검찰은 아들 A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작년 11월께 법원은 박만송 회장의 성년후견인으로 C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성년후견인은 주주총회를 열어 아들 A를 대표에서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아들 A는 성년후견인이 회사 경영까지 간섭할 권한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성년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확인해 줄 것을 청구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회사의 대표 등을 변경하는 것은 피후견인(박만송 회장)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아들 A가 어머니 B와의 소송에서 패소했고, 아들 A가 박만송 회장 명의 대출계약 등을 위조하였다는 이유로 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인 사정들을 고려할 때 성년후견인이 주주총회에서 대표 변경을 위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선례를 봤을 때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경우도 법원은 한정후견인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성년후견인은 경영에 관한 전문가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과연 성년후견인이 적절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영전문가를 기존 성년후견인과 함께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큰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들이 보유한 주주권을 성년후견인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성년후견인이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적절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법원이 이를 어떻게 감독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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