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은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에서 활약하는 전체 여성 임원은 100명 중 2명꼴에 불과했다.
8일 이투데이가 10대 기업(매출액 기준, 공기업 포함)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등기, 미등기 임원 2042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 가운데 여성 임원은 55명(2.7%)에 그쳤다. 이들 가운데 80% 이상인 46명은 삼성전자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고, 등기 임원은 단 1명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기업 가운데 절반인 5곳은 여성 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경우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15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 임원은 0명이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79명(등기 9명, 미등기 170명)과 101명(등기 9명, 미등기 92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단 1명도 없었다. 현대차는 300명의 임원 중 조미진 인재개발원 부원장(전무)과 김효린 제품UX통합개발팀장(이사) 등 2명이 여성 임원이었다.
한화와 현대중공업도 여성 임원 비율이 0%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SK이노베이션으로 67명 중 6%인 4명이 여성 임원으로 조사됐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임원 명단에 여성이 올라 있다. 8명의 등기이사 중 하윤경 홍익대 공과대학 기초과학 교수가 사외이사로 등기임원에 등재돼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4.6%의 여성 임원 비율을 보였다. 비율로는 2위지만 여성 임원 수는 가장 많았다. 총 임원 1003명 중 46명이 여성 임원이다.
SK는 75명의 임원 중 오세현 DT사업부문장과 김은경 기술전략담당 등 2명이 여성 임원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2.7%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의 경우 박미화 경영지원본부 정보기획실장(상무)이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국내 기업 한 여성 관계자는 “우리 기업 현실에서 여성 임원이 제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심지어 여성 임원의 대외적 활동을 꺼리는 기업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 임원이 좀 더 많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