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살수(撒水)와 살수(撒手)

입력 2017-05-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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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한자 ‘撒’은 ‘뿌릴 살’이라고 훈독하며 물이나 가루 등을 ‘뿌린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글자이다. 물을 뿌리는 ‘살수차(撒水車)’나 농약을 ‘살포(撒布)’한다고 할 때 쓰는 ‘살’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그런데 ‘撒’에는 ‘놓다, 놓아버리다’는 의미도 있다. ‘손을 놓아 버린다’는 의미의 ‘살수(撒手)’가 바로 그런 용례이다.

유년 시절의 백범 김구 선생을 가르친 황해도 지역의 한학자 고능선(高能善) 선생은 백범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었다.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기이하게 여길 만한 재주가 아니다. 벼랑에 매달려 있을 때 잡은 손을 놓는 것이 진정한 대장부이다.[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아무리 높은 나무라도 지혜를 내며 노력하면 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나무에 오르는 일 정도가 기이한 능력일 수는 없다. 벼랑에 매달렸을 때,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보려고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매달려 있는 것이 비굴함에 이를 지경이라면 과감하게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진정한 대장부가 할 일이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평생을 두고 스승이 주신 이 교훈을 잊지 않았다. 일제 앞에 구차하게 살 바에야 차라리 삶을 붙잡은 손을 놓아버림으로써 떳떳함을 지키려 했다. 평생을 그런 지사의 용기로 독립운동을 펼친 것이다.

또 한 분, 비굴하지 않기 위해서 삶의 벼랑에서 손을 놓아버린 사람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뇌물 아닌 뇌물을 빌미로 노 대통령이 살아온, 누구보다도 떳떳한 삶 전체를 오욕으로 물들이려 하는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은 삶의 벼랑을 붙잡고 있던 손을 과감하게 놓아 버림으로써 떳떳함을 지켰다. 그래서 늦게야 그분의 진심을 안 국민들은 “지못미(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를 되뇌며 그토록 오열(嗚咽)했다. 노 전 대통령 8주기를 보낸 지금도 ‘지못미’라는 말은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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