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로 불리는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일본 기업 사이에서 피해가 속출해 정부와 기업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제작소는 15일 랜섬웨어의 공격으로 사내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는 이날 사내 시스템 일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업무용 PC에서 이메일 전송이 막히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히타치는 일본 뿐 아니라 해외 거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문제가 발생한 서버를 분리하는 등 복구 작업을 진행, 일부는 정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회사인 히타치금속도 12일부터 일부에서 이메일을 송수신이 안돼 수정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내 네트워크를 복구 중이라고 한다.
앞서 자동차업체 닛산은 랜섬웨어가 처음 출몰한 지난 12일 영국 선더랜드 공장의 생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마침 주말이어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피해가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해 일단 유럽에 있는 공장 여러 곳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선더랜드 공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 등 연간 50만 대를 생산하며, 약 7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차량은 대부분 유럽 각국에 수출한다. 영국의 해외 자동차 메이커 중에선 최대 규모다.
일본 정부는 15일 총리 관저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연락실을 설치하고, 은행, 보험, 증권 등 일본 내 전 금융기관의 피해 유무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영국에서 랜섬웨어의 공격이 병원과 공공 인프라 등에 집중됨에 따라 도쿄전력과 도쿄가스, NTT 등 주요 통신 3사, ANA홀딩스, 일본항공 등도 사이버 공격에 의한 피해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경찰청이 14일까지 확인한 일본 내 피해는 병원과 개인 2건이 전부이며,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 확인돼 피해에 대한 감염 경로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이버 공격은 ‘워너크라이(WannaCry=울고 싶다)’라는 이름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PC나 서버의 데이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랜섬웨어’라는 바이러스가 사용됐다. 12일 밤과 13일 새벽 사이에 발생한 공격으로 현재까지 적어도 150개국에서 20만 건이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이버 공격으로 운영체제(OS) ‘윈도’의 결함을 노출시킨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브래드 스미스 사장 겸 최고법률책임자가 14일 성명을 발표, “기술 부문, 사용자, 정부가 손 잡고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민관 또는 부서를 초월한 협력을 호소했다. MS는 결함을 수정하는 보안 패치를 긴급 무상 배포하고, 지원하지 않는 컴퓨터에 적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