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개표(開票)와 개표(改票)

입력 2017-05-10 11: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선거를 위한 투표가 끝나면 개표를 한다. 이때의 개표는 ‘開票’라고 쓰며, 각 글자는 ‘열 개’, ‘표 표’라고 훈독한다. 투표함을 열고 투표의 결과를 확인한다는 의미이다.

이승만, 박정희의 시대에는 이 개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정이 자행되곤 했다. 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측에서 한국전력과 사전에 모의하여 갑자기 정전을 시킨 다음, 어두운 틈을 타서 상대방의 표를 치우기도 하고 자기 편 후보에 대한 몰표를 만들어 투표함에 넣기도 하였다. 불행했던 시절, 개표의 한 풍경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구라도 개표의 결과를 인정하고 당선한 사람을 도와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의 힘은 커지고 국민은 편안하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선거 후만이 아니라, 기차역에서도 개표가 이루어졌다. 요즈음에는 전자 티켓이나 모바일 티켓을 사용하는 까닭에 그런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예전엔 역무원이 펀치기(punch器:서류나 팸플릿 따위를 묶기 위해 작은 구멍을 뚫는 기구)를 손에 들고 기차표에 구멍을 뚫어가며 표를 검사한 다음 플랫폼으로 들여보냈다. 이런 일을 개표라고 했으며, 이런 작업을 하는 출구를 개표구 혹은 개찰구라고 불렀다. 이때의 개표는 ‘개표(改票)’라고 쓰며 ‘改’는 ‘고칠 개’라고 훈독한다.

따라서 ‘改票’는 직역하자면 ‘표를 고치다’, 즉 ‘표를 바꾸다’라는 뜻이다. 즉 ‘사용 전의 표’를 ‘사용 후의 표’로 바꾸는 과정을 개표라고 표현한 것이다. 개찰(改札)의 ‘札’도 ‘표’ 혹은 ‘패’의 뜻이 있으므로 改票와 改札은 같은 뜻의 다른 말이다. 다 일본식 한자어이다. 표를 검사하는 일이라면 ‘검표(檢票)’라고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인다. 언젠가 전주역에서 ‘改票中’이라는 전광판을 본 중국인이 “어디에 가서 표를 바꿔야 하느냐”며 당황해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문제" [데이터클립]
  • ‘최애의 아이 2기’ 출격…전작의 ‘비밀’ 풀릴까 [해시태그]
  • '바이든 리스크' 비트코인, 5만5000달러로 급락…4개월 만에 최저치 내려앉나 [Bit코인]
  • 현아·용준형 진짜 결혼한다…결혼식 날짜는 10월 11일
  • '우승 확률 60%' KIA, 후반기 시작부터 LG·SSG와 혈투 예고 [주간 KBO 전망대]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9,581,000
    • -1.64%
    • 이더리움
    • 4,230,000
    • +0.14%
    • 비트코인 캐시
    • 464,000
    • +2.2%
    • 리플
    • 605
    • -0.66%
    • 솔라나
    • 195,200
    • +0.26%
    • 에이다
    • 513
    • +1.18%
    • 이오스
    • 717
    • -0.14%
    • 트론
    • 178
    • -2.2%
    • 스텔라루멘
    • 120
    • -4%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800
    • +0%
    • 체인링크
    • 18,300
    • +2.46%
    • 샌드박스
    • 412
    • -1.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