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R&D, 인적자본·中企에 집중

입력 2007-12-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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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산업기술 R&D 연구비 지원제도 개선안’ 내년 초 시행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타도 진짜 필요한데 쓰기 어려워요. 쓰라는 것 보다 쓰지 말라는 규정이 더 많고, 비용 정산 때는 제출해야 할 자료만 산더미입니다.” 정부 R&D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선 연구 인력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정부 R&D 자금을 일부 기업들이 눈먼 돈 인양 유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강력한 방지대책이 필요합니다.” 국회·감사원에서 매년 감사 때 마다 지적되는 내용이다.

정부 R&D사업에서 연구비는 R&D 성과를 이뤄내기 위한 핵심수단이지만 너무 꽉 죄면 성과 대신 관리에만 치중하게 되고, 너무 느슨하게 풀면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R&D 자금 지원 규모를 10조원 수준으로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지원 자금이 다른 데로 새지 않도록 일부 비목 간 전용 사용 금지, 실시간 연구비 관리제 등 연구비 부정사용 방지 제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일선 연구현장에서는 연구비 사용에 대한 각종 제한 규정에 묶여 정작 연구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곳에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자원부는 5일 △연구 인력에 대한 인건비 투자 확대, △성과·수요자 중심의 연구비 제도 운영, △연구비 사용 책임성 제고라는 세 가지 방향을 주요 골자로 하는 ‘산업기술 R&D 연구비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관계부처 협의 및 관련 규정(산업기술개발사업 운용요령) 개정을 거쳐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곳에 연구비가 제 때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비 사용의 자율성과 책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연구 인력에 대한 인건비 투자 확대= 지금까지 산자부 산업기술개발사업에 지원되는 연구비는 장비·설비 위주의 직접비 중심으로 집행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연구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확대해 나가게 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디자인, 설계 등 지식 서비스 분야 R&D에 대해서는 총 사업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 가능하도록 규정 개정,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연구 분야에 상관없이 해당 R&D과제 수행에 필요한 석·박사 인력을 신규 채용하면 현금으로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도록 관련 규정 및 사업 공고에 명시화, 특히 중소기업이 지식서비스 분야 R&D를 수행하는 경우 신규 채용이 아닌 기존의 내부 인력을 활용할 때에도 해당기업 인건비의 50%까지 지원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R&D의 대상이 디자인,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장비보다는 사람의 두뇌를 활용하는 지식서비스 분야로 옮겨감에 따라 R&D 비용에서 인건비가 점점 증가하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대목이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연구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 비중이 45%를 넘어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20~30%대에 맴돌고 있는 점도 감안됐다.

지식서비스 R&D 과제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의 내부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중소기업계에는 큰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은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과는 달리 소속 연구 인력을 투입하더라도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없어 정부 R&D사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성과·수요자 중심의 연구비 제도 운영= 그동안 산자부 산업기술개발사업의 경우 연구비 지급 비율을 중소기업이 주관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총 사업비의 75% 이내, 중소기업이 참여만 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66% 이내로 차등 적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연구개발과제에 대해서도 75%까지 지원 비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또 직접비 위주로 경직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연구비 집행 기준도 크게 개선된다. 현재 전용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직접비를 앞으로는 10% 한도 내에서 인건비, 간접비 등 타 비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증액 사용이 금지된 일부 항목들에 대해서도 필요시 증액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자부는 연구비 조정 가이드라인 별도로 마련하여 과제별로 연구비를 조정할 때 각 전담기관 간사들이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일관되게 집행 하게 할 방침이다.

연구개발이 끝난 뒤 연구자들의 발목을 붙잡는 연구비 정산제도도 간소화된다. 수 백 또는 수 천 페이지에 달하는 정산서류 작성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연구결과가 우수한 과제는 사업비 사용 실적 보고서 제출로 정산을 갈음하고 각종 영수증 등 증빙서류 제출은 면제된다. 또 서류 위주의 정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온라인 정산 체제로 전환하여 연구기관들의 행정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산자부는 예산 사업별로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연구비 관리규정들을 하나로 묶어 내년 상반기 중 ‘산업기술 R&D 연구비 통합 규정’을 마련, 일선 연구자들이 연구비 사용에 혼선을 겪지 않도록 해나갈 계획이다.

◈연구비 사용 책임성 제고= 한편, 연구비 사용의 자율성과 편의성이 확대된 만큼 집행 결과에 대한 책임 부과도 강화된다. 지원 과제별로 현장점검을 공지하지 않고 불시점검 하는 방식을 도입해 연구비 부정사용에 대한 적발을 현실화해 나갈 방침이다.

나아가 정부 R&D 자금을 유용한 경우에는 사업비 환수 및 정부 R&D 사업 참여제한 조치 이외에도 형사고소 할 수 있도록 별도로 관련 규정에 명시하고 R&D 사업 협약서에도 반영해 일벌백계(一罰百戒)해 나갈 계획이다.

산업자원부 김경식 산업기술정책관은 “이번 연구비 제도 개선 방안을 계기로 연구자들이 연구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R&D 성과가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다른 한편으로 정부 R&D 자금이 국민의 혈세인 만큼 부정사용은 앞으로 엄정히 대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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