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행위를 우리는 서예(書藝)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예술행위임에도 중국은 ‘서법(書法)’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한다. 용어만으로 보았을 때는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이라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고, 중국은 글씨 쓰는 법, 즉 필법(筆法)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일본은 서(書)를 통해 도(道)를 닦는다는 의미를 부각하였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반드시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도 아니다.
서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중국이 가장 먼저 용어를 고정하였다. 위진남북조 시대 남조의 제나라 양나라 시기에 중국에서는 모든 문예활동을 ‘법(法)’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바람이 불었다. 즉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다양한 문예행위를 하나의 공통률인 법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그림에서는 기운(氣韻)이 생동해야 하고 골기(骨氣)가 있는 용필을 해야 한다는 등의 여섯 가지 법을 제시했고, 시에서도 평측법(平仄法), 압운법(押韻法), 대우법(對偶法) 등 법을 제기했다. 마찬가지로 서(書)에서도 ‘영자팔법(永字八法:‘永’字 한 글자를 쓰는 과정을 통해 8가지 필법을 가르침)’과 같은 법이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문예활동이나 스포츠를 도(道)로 이해하려는 생각이 일찍부터 있었다. 유도(柔道), 검도(劍道), 다도(茶道), 화도(花道)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그냥 ‘서(書)’라고만 했다가 광복 후, 서예가 손재형(孫在馨)이 일제강점기에 사용한 서도라는 말을 배척할 양으로 서예라는 말을 제안한 것을 오늘날까지 사용하고 있다.
서예, 서법, 서도는 용어는 달라도 사실상 추구하는 예술성은 같다. 지금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문화의 정수인 서예를 한, 중, 일 3국이 함께 노력하여 서방 세계에 적극 알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