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70. 폐비 이씨 자매

입력 2017-03-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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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부인이 됐지만 아내로서 의리 지켜

폐비 이씨 자매는 고려 17대왕 인종의 제1·2비로, 이자겸(李資謙, ?~1126)의 셋째와 넷째 딸이다. 이자겸은 이미 인종의 부왕 예종에게 둘째딸을 들인 바 있고, 그 딸이 바로 인종의 모후인 문경태후이다. 즉 폐비 이씨 자매는 인종의 이모로서 조카와 혼인하였다. 이자겸은 다른 성씨가 왕비가 되면 자신의 권세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무리하게 이 혼인을 성사시켰다. 왕은 왜 이 결정을 받아들였으며, 조정 신료들은 무엇을 했는가? 사정이 있기는 했다.

예종이 사망했을 때 인종은 14세였고, 삼촌이 6명이나 있었다. 그간 고려 왕실에서는 형제가 왕위를 계승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왕위가 인종에게 가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이자겸은 외조부로서 인종을 보호하여 즉위시켰고, 몇 달 뒤 인종의 삼촌들 및 반대파 50여 명을 죽이거나 귀양 보내 정권의 불안 요소를 제거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의 딸 둘을 인종의 왕비로 들이는데, 누가 감히 반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여론은 매우 나빴던 것 같다. 고려사에 보면 인종의 혼인식 날 ‘폭풍이 불어 기와가 날리고 나무가 뿌리째 빠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이자겸의 위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의례상 등급을 황태자와 동급으로 놓고, 자기 생일을 ‘인수절(仁壽節)’이라 하여 황제에게나 붙이는 ‘절’ 칭호를 쓰기도 하였다. 왕은 몇몇 신료들과 이자겸 제거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모의에 가담했던 신하들은 모두 죽고, 궁궐은 불탔으며, 인종은 이자겸에게 양위하는 글을 쓰기까지 하였다. 사람들의 눈이 두려워 이자겸이 차마 양위교서를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이후 이자겸은 십팔자(十八子, 즉 李씨)가 왕이 된다는 도참설을 믿고 여러 차례 왕을 죽이려 하였다.

이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막아낸 것이 왕비(제2비)였다. 친정에서 독약이 든 떡이 오자 왕에게 고해 먹지 못하게 했다. 또 독약을 보내 왕에게 먹이라고 하자 독약 그릇을 들고 가다가 일부러 넘어져 쏟아버리기도 하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이자겸도 결국은 동지였던 척준경에 의해 1126년 제거되었다. 신하들은 글을 올려 “왕비는 왕의 이모이니 배필이 될 수 없다”고 간하였다. 이에 이들은 ‘폐비’가 되었다. 제1비는 1124년 8월에, 제2비는 1125년 1월에 혼인해 1126년 6월에 이혼했으니 각각 23개월과 18개월의 혼인생활을 한 셈이다.

비록 궁에서 내보내기는 했어도 이들에 대한 대우는 소홀하지 않았다. 특히 제2비에 대해서는 더욱 은총이 두터웠다. 제1비는 1139년에, 제2비는 1195년에 죽었는데, 제2비의 경우 왕후의 예로 장사를 지내주었다.

폐비 자매는 정치적 이유로 조카와 혼인해야 했고, 또 아비가 남편을 죽이려는 모의에도 가담해야 했다. 이후에는 조정 신하들에 의해 강제로 이혼당하기도 하였다. 여성으로서의 인생은 불행했다 하겠지만, 자신의 의지로 ‘의리’를 선택하며 살았다 하겠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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