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재용 ‘한국 실리콘밸리 꿈’, 박근혜 스캔들에 좌절되나”

입력 2017-02-21 10:04 수정 2017-02-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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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키우려고 해…그룹문화 개편 열망과 정경유착 관행 사이에 끼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이 부회장은 한국의 실리콘밸리 기업을 꿈꿨으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른 거대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좌절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날 분석기사에서 이 부회장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그가 삼성이라는 거대한 재벌을 새 시대로 이끌려 했으나 한국의 오래된 구습인 정경유착의 덫에 걸려 좌초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하버드대에서 교육을 받은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심장질환으로 쓰러지자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가 됐다.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불투명한 기업 문화로 알려진 삼성을 재구성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다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 부회장은 더욱 독립적인 이사회를 약속했으며 보안요원들에게 자신에게 고개 숙여 인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반바지를 입을 수 있었으며 산모들이 출산휴가를 더 길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 부회장은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한국의 재벌은 너무 거대해지고 보수적이며 부패했다는 지적을 했다”며 “재벌체제는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박근혜의 최측근인 최순실과 관련된 기업에 430억 원에 달하는 뇌물을 공여하고 국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 등으로 지난 17일 구속됐다. 특별검사 측은 삼성이 그룹 계열사 두 곳,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정부 승인을 대가로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이 금품을 강요했으며 대가성 뇌물은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이 이 스캔들에 얼마나 연루됐는지는 아직 상당 부분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지만 그는 그룹 문화를 개편하려는 열망과 한국의 오래된 비즈니스 관행, 즉 정경유착의 역사 사이에서 끼인 상태가 됐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 부회장 일가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이재용은 매우 많이 서구화된 경영인”이라며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한국화된 경제와 정치, 사업환경에서 회사를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쓰러졌을 때 이 부회장은 자신을 변화의 얼굴로 삼았다. 삼성 임원들과 이 부회장을 아는 사람들 모두 그가 매우 다양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구식 경영을 선호하고 토론과 창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뉴욕의 한 모임에서는 카키색 옷을 입고 길거리 음식을 들고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도 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한국 국회의원들 중 이 부회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삼성이 특권층의 지위를 유지하고 이 부회장의 이익을 증진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 체제 아래에서 삼성은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환원을 강화했다. 그는 또 한국사회에 만연한 회식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재용과 삼성 임원들은 독립 이사 증원 등 자신들이 약속한 변화의 상당 부분을 이행하지는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의회 국정조사에서 “옛날 방식을 버리고 정경유착의 통상적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10주 후 법원은 그의 구속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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