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 원장은 "실손보험의 비용통제 수단으로 견적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https://img.etoday.co.kr/pto_db/2017/01/20170131080354_1012407_500_326.jpg)
20여년간 보험 선진화에 앞장서온 성대규<사진> 보험개발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 보험개발원 집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 내내 소비자 편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원장은 ‘보험업법의 정통파’로 불린다. 보험업법이 25년 만에 전면 개정(2003년) 됐을 때 뿐만 아니라 최근 대형 생보사들이 자살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지급 기준 시점으로 제시한 기초서류 준수의무(2011년)의 근간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금융위원회 명예퇴직 이후 2년여만에 보험업계로 돌아온 성 원장은 보험업에 대한 철학이 분명했다. 금융을 더 공부하고자 미국 로스쿨(유타대)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던 과거의 열정이 엿보였다. 영어, 불어에 능통하고 최근엔 중국어 공부도 시작한 성 원장의 대화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유쾌했다.
성 원장은 보험개발원장으로 취임한 후 약 3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어색함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낯설다기보다 ‘친정에 온 느낌’이란 것이다.
보험개발원의 올해 보험산업 지원사업은 기업성보험의 확대, 자율주행차 도입에 따른 자동차보험 대응 지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시스템 준비 등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그러나 성 원장과의 대화 소재는 3200만 명이 가입해 있는 ‘국민보험’인 실손보험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개편안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해 성 원장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 원장은 "실손보험의 비용통제 수단으로 견적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https://img.etoday.co.kr/pto_db/2017/01/20170131080630_1012411_350_502.jpg)
AOS시스템은 정비공장과 손해보험사가 자동차 수리비 산출을 위해 사용하는 전산 견적프로그램이다. 과다한 비용 발생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에 적용할 경우 보험을 판매하는 생·손보사와 의료기관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료비 등을 투명하게 집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성 원장은 “비급여치료 행위를 표준화하고, 이에 대한 수가를 정하는 작업이 우선 이뤄져야 치료(치료비)를 통제할 수 있다”며 “미국건강관리기구(HMO)는 1차 진료기관에서 2차 진료기관으로 옮겨 갈 때 HMO 소속 의사한테 승인을 받는데, 이러한 절차가 일종의 비용 통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성 원장이 이 같이 주장하는 배경에는 과거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중 겪은 에피소드 때문이다. 성 원장은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당시 직원들이 민영보험사에 의료보험을 가입했는데, 손해율이 200%가 넘는 바람에 가입이 안 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실손보험의 과다한 비용 청구는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원장이 과거 실손보험의 100% 보장 구조를, 계약자 자기부담금 10%로 변경해 도입한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슬기를 발휘한 것이다.
성 원장은 “당시 미국은 60% 수준으로 보장했다”며 “아직도 (국내 보험사들은) 많은 부분을 보장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고, 비용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이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제도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AOS시스템처럼 퍼스트-컨트롤(first control)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실손보험은 또한 비용 효율(cost effective), 신속함(fast),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성 원장은 일본 보험시장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보험업계는 2000년 전후로 생보사 8개가 파산하는 사태를 경험했다.
성 원장은 “일본시장과 한국시장은 ‘완췐이양(完全一?, ‘완전히 똑같다’는 중국어)’”이라며 “고금리의 저축성 보험을 장기로 판매하면서 외형성장을 이룬 성장 과정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성 원장은 “2000년 초반쯤 국내 보험업계도 보험사 10여개가 구조조정되거나, 인수되거나, 파산하는 과정을 겪었다”며 “일본시장을 많이 닮아있는 만큼 상품 등 여러 방면으로 일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인터뷰 마무리에 앞서 “‘보험산업의 균형성장을 위한 총력 지원’을 한해 목표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보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