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2. 여옥(麗玉)

입력 2016-12-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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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가장 오래된 서정시가의 작가

▲사진설명: 상원사 동종에 새겨져 있는 공후를 타고 있는 인물 (김선주 저자 제공)
▲사진설명: 상원사 동종에 새겨져 있는 공후를 타고 있는 인물 (김선주 저자 제공)

현재 문헌자료에 전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가는 ‘공후인’으로 알려져 있다. 노랫말의 첫 구절을 따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로도 불리는 이 노래의 창작과 유포에는 ‘여옥’이라는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편은 곽리자고로, 배와 관련된 일을 하는 진졸(津卒)이었다. 그 외 부모나 가족관계는 알 수 없다. 출신은 직예성 조선현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한치윤은 낙랑군이 설치되었던 조선현으로 이해하여 지금의 평양으로 추정하였다. 혹자는 ‘조선현’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는 중국 하북성 베이징 인근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지역 역시 고조선 이래로 한인(韓人)들이 잔류하면서 독자적인 문화양식을 유지하던 곳으로 고조선과 관련을 가지고 있다.

여옥이 언제 태어나고 사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공후인’의 창작과 유포자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창작 배경이 된 것은 남편인 곽리자고가 낮에 일을 하다가 목격했던 것을 아내인 여옥에게 들려주면서이다. 곽리자고는 새벽에 배를 젓다가 백수광부, 즉 머리가 흰 미치광이 같은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호리병을 들고 미치광이 짓을 하며 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뒤쫓아 소리치며 막았으나, 결국 그 사람은 강으로 뛰어들어 죽었다. 이에 뒤따르던 아내는 공후를 타며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그 소리가 심히 구슬펐다. 노래를 부르고 난 뒤 그 아내도 남편을 따라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남편인 곽리자고로부터 사연과 함께 노래를 들은 여옥은 이를 공후에 담아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여옥은 그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麗容)에게 전했다고 한다.

‘공후인’은 물에 빠져 죽은, 머리가 하얀 미치광이의 아내가 처음 노래를 불렀다고 했으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여옥이 ‘공후인’이라는 시가의 원작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여옥이 없었다면 백수광부의 아내가 노래를 불렀다고 하더라도 노래가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이야기와 노래를 전해 들은 여옥이 이를 악곡으로 다듬고, 또 이웃에게 전했기 때문에 이 노래가 세상에 유포되어 오늘날까지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여옥이 노래를 부르며 연주했다는 공후는 하프와 비슷한 악기로, 삼국시대에 우리 민족도 사용했다. 고구려악과 백제악에 공후가 등장하며, 신라의 상원사 범종에는 공후를 타고 있는 인물상이 새겨져 있다. 여옥은 백수광부의 아내가 부른 노래를 이와 같은 공후에 담아 부른 것이다. ‘공후인’이라는 노래가 현전하는 우리나라의 시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면, 이 노래를 만들어 유포한 여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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