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오세을 양계협회장 “일본 AI 방역체계 보면, 정부 대처 어이가 없다”

입력 2016-12-30 10:31 수정 2017-01-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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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현격한 차이…계란 수입은 경제성 떨어져, 지역별 유통센터 필요”

그야말로 재앙이다.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에서 살처분된 닭이 3000만 마리에 이른다. 알을 낳는 산란계는 30%, 번식용 종계는 50%가 몰살됐다. 수급 차질로 계란 값도 폭등했다. 병아리 입식 금지로 닭고기 값도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매년 AI가 발생하지만 정부의 부실한 사후대책으로 제대로 대처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동 방역 실패와 늑장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AI 재앙을 키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오세을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2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AI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병원성 AI가 계속 퍼지는데, 방역당국의 조치를 어떻게 보나.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농가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AI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양계농가들이 어떤 말을 들어야할지 모르겠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다.

AI 전문가도 없을 뿐 아니라 알 만하면 보직이 바뀌면서 연계성 있는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매번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지만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는 것 같다.

하루에 신고건수가 10여 건씩 나오다 보니, 정부는 무조건 매몰처분하라는 명령만 하고 농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실정이다.”

△양계 농가들이 매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행법상 AI 발생 지역의 닭은 매몰 처분을 하도록 돼 있는데, 매몰지를 확보하지 못해 살처분이 지연되는 경우가 늘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기 땅을 확보하고 있는 농가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임대를 하거나 농장 외에 뭍을 수 있는 공간이 없을 경우 인근 야산 등을 이용하는데, 침출수 등 환경 문제로 민원이 발생한다.

정부에서 무조건 매몰처분만 할 게 아니라 AI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해서라도 환경에 지장이 없는 한 소각이나 이동식 렌더링 기계 등을 개발해 처리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정부나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전시 상황에서 AI에 걸리는 것을 바라는 농가가 과연 어디 있겠나. 지금도 농가들은 잠을 못 자고 AI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고군분투하며 방역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키우던 닭과 오리를 생매장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농가도 상당수다.

AI 발생을 농장의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의 무능함에 책임이 있다. 초동방역 실패와 살처분 지연, 소홀한 거점소독조 관리가 이번 AI 사태를 키웠다.”

△정부가 제시한 계란 수입 방안을 어떻게 보나.

“정부는 계란을 수입할 때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일부 물류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현실성 없는 무모한 발상이다.

정부가 언제 계란이 과잉돼 가격이 하락했을 때 수매를 해준 적이 있었나. 막상 계란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수습 차원에서 수입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농가를 더 어렵게 만드는 처사다.

계란을 수입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정도로 제한돼 있다. 관세 27%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물류비가 많이 들어 세금만 낭비하고 경제성도 떨어진다.

비행기로 온다면 물류기간은 단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운송비가 많이 든다. 배로 선적하면 20일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데 신선도가 떨어져 소비자가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

가공업체에서 써야 할 일부 물량은 정부에서 수입을 추진하는 만큼 원란이 아닌 가공란 목적으로 수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계란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마트에서도 제한적으로 팔기 때문에 소비가 많이 줄었다. 공급량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동제한에 묶여 농장에 쌓여 있는 계란을 풀고, 도매상이나 제빵업체의 가수요를 줄인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지금은 내려간 닭고기 값도 곧 반등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현재 AI 발생지역 10㎞ 이내에 입식자제 및 입식금지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AI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키워져서 고기를 생산하는 닭 입식이 1달간 늦어질 경우 그만큼 생산이 줄어 공급량이 줄 수밖에 없다.

결국 시중에 닭 유통이 안 되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AI가 발생하면서 소비 급감으로 가격이 하락하다가 1개월도 안 돼 폭등한 전례가 있다.”

△닭과 계란의 수급 및 유통구조 문제를 개선할 방법은 뭔가.

“산란계 살처분이 늘어 계란 공급량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병아리를 생산하는 종계마저 대량 살처분되면서 계란생산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육계에서도 AI가 발생해 반입이 금지된 지역이 많아 향후 닭고기 수급도 원활치 않을 전망이다.

AI 전파 경로를 보면 AI 발생 농가에서 계란을 수거하는 운송차에 의해 전이된 사례가 많다. 이를 예방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란계 계란유통센터(GP센터)를 지역적으로 건립해 상인들이 농장에 들어가지 않고 계란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

협회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정부에 수년 전부터 요청을 했지만 검토만 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GP센터 법제화 및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수천억 원을 AI 살처분 보상비로 낭비하지 말고 일부 예산을 투입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항원뱅크 구축에 나섰다. 백신접종에 대한 의견은.

“이대로 방치하고 있다간 양계산업 기반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금은 빨리 백신을 도입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백신접종에 대해서는 정부, 학자, 수의사들의 찬반 의견이 분분하지만 구제역 당시 백신을 도입해 상황을 종료시켰듯이 서둘러야 한다. AI 확산 속도가 빠르고 심각한 피해를 줄 때에는 백신을 사용해서라도 가금업계를 살려야 한다. 지금이 그 시기다.

정부에서 뒤늦게 항원뱅크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빨라야 내년 4월 이후에나 가능해 현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가금수의사회에서는 미국에서 이미 개발한 AI 바이러스를 들여올 경우 1개월 안에 백신접종이 가능하고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양계업계에 피해를 준 가금티푸스 백신만 하더라도 정부의 미온적인 결정으로 피해만 키운 바 있다. 10년이 지나서야 백신을 도입해 박멸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의 선택과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 등 축산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를 비교한다면.

“일본은 매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 한 달 후에 AI가 발생하곤 했다. 이번에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곧바로 발생했는데 일본은 우리와 환경과 사육 시설, 살처분 방법이 현저히 다르다.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2005년 AI가 일본에 닥쳤을 때 우리나라에 배우러 왔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일본의 실태를 파악하러 가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AI가 발생하면 초동 대응이 매우 빠르다. 이번에도 총리가 나서서 지휘를 하고 매몰 처분도 24시간 이내에 하는 등 AI 바이러스의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매몰 처분할 인원조차 없고 처분 비용까지 농장에 부담시키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또 일본은 오리농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오리 때문에 AI가 확산되고 있다. 오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폐사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확대시키고 있다.

양계장과 오리사육장과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강제조항이 필요하다. 겨울에는 오리사육을 금지하고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근본적인 로드맵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축산 정책에 대한 입장은.

“축산이 전체 농업생산액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정부는 오로지 쌀 등 곡물에만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더군다나 양계는 소나 돼지에 비해 관심과 지원이 적어 홀대를 받아왔다.

또 농가가 아닌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펴다 보니 소규모 농장 피해가 크다. AI와 살처분 보상비를 농가가 아닌 계열업체인 대기업에 주는 것도 무관치 않다.

계열업체에서 농가에 위탁사육을 맡기다 보니,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을 계열사에 주고 있다. 계열사에서는 보상금 중 병아리와 사료가격 등 챙길 부분은 다 챙기고 나머지만 농가에 주고 있다.

하지만 AI가 발생하면 매몰 장소와 살처분 비용까지 농가에서 부담하는 게 현실이다. 키우는 동안 닭은 농가 소유다.

매몰비용을 책임지지 않는 계열업체는 앉아서 코를 푸는 격이다. 살처분 보상비 전액을 피해가 돌아간 농가에 지급하는 것이 맞다.”

△2017년 새해 양계협회의 과제는.

“AI 재발 방지를 위해 이제는 로드맵을 다시 짤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적인 요청을 해나갈 계획이다. AI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은 오리농장과 양계장 간 거리 확보, 계분비료공장의 축사 인근 허가금지, 철새 도래지 인근 축사 제한조치, GP센터 건립, 백신 및 소독약제 개발 등이다. 원초적인 부분부터 정비해 나가갈 수 있도록 정부와 공조할 것이다.”

◆ 오세을 양계협회장은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은 1947년생으로 닭을 키우는 데 40년을 바쳤다. 현재 경기도 포천에서 석봉농장을 운영하며 산란계 15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남양주시 육계협회 설립 초대총무와 양계협회 이사, 산란계자조금관리위원회 감사, 포천시 양계지부장, 경기 산란지부 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2014년 3월 양계협회장에 당선돼 내년 2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근원적인 AI 대책 수립에 기여한다는 각오다.

축산업계에서는 지금껏 AI 피해를 입지 않은 예방 전문 ‘가금통’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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