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5. 고려 위숙왕후(威肅王后)

입력 2016-12-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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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의 여인이 삼한의 어머니가 되다

위숙왕후 한씨(생몰년 미상)는 고려 태조의 어머니다. 태조의 아버지인 왕융(용건, 세조)이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한 미인이 와서 아내가 되기를 약속하였다. 이후 송악산에서 영안성으로 가는 길에 한 여자를 만났는데 꿈에 보았던 모습과 똑같아 그녀와 혼인하였다.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그를 ‘몽부인(夢夫人)’이라고 불렀다. 혹은 말하기를 그녀는 삼한의 어머니가 되었기에 성을 한씨(韓氏)로 택했다고 한다.

‘고려사’에 의하면 세조는 체격이 크고 수염이 아름다웠으며 도량이 넓어서 삼한 통일의 뜻을 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온 도선이 세조의 집을 보고 “기장을 심을 터에 어찌 삼을 심었는가?” 하고는 이내 가 버렸다. 이 말을 들은 몽부인은 남편에게 도선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세조는 도선을 찾아갔다. 그리고 도선으로부터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이며, 아들을 낳으면 이름을 왕건으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도선은 왕건이 17세가 됐을 때 다시 찾아와 왕건에게 지형과 천시(天時) 보는 법, 군대 지휘하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풍수지리설은 당시 호족들이 세력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즉 그가 기초한 땅이 길지이고 왕이 나올 곳이라는 해석이야말로 자신들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힘이었다. 당시 가장 유명한 풍수지리사가 도선이었고, 왕건 집안 역시 그의 권위에 기대고 있음이 보인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건 아니건 세조와 위숙왕후가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는 데 온 힘을 쏟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887년 세조가 먼저 세상을 떴고, 위숙왕후는 사후 세조의 능인 창릉에 합장되었다. 태조가 왕이 된 후 그 조상들을 추존했는데, 세조를 위무대왕(威武大王)이라 하고, 그 비를 위숙왕후(威肅王后)라고 하였다.

위숙왕후는 삼한을 통일한 태조의 어머니이므로 아마도 고려시대에 그녀에 대한 국가적 숭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휴는 ‘제왕운기’에서 지리산 천왕이 바로 고려 태조의 어머니 위숙왕후라 하였다. 김종직은 지리산을 기행하며 고려 사람들이 선도산 성모 이야기를 듣고 자기 임금의 계통을 신격화하려고 이런 말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김일손은 지리산 기행문에 “천왕봉 꼭대기 성모사의 흰 옷을 입은 석상이 누군지 잘 알 순 없으나 어떤 이들이 고려 태조의 어머니라 한다. 그녀는 왕을 낳고 어질게 키워 삼한을 통일하게 된 연고로 사당에 모셔졌다”고 썼다.

위숙왕후는 선도산 성모처럼 성인를 낳고 길러, 태조가 왕이 되고 삼한을 통일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려 당대에는 숭배도 있었을 것이나 조선왕조에 들어와 음사의 배척 및 고려왕실에 대한 격하 등과 맞물리면서 그녀에 대한 신성화 신앙화도 점점 엷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저서 ‘고려의 혼인제와 여성의 삶’ ‘고려와 국방문화’, 논문 ‘고려 내직제의 비교사적 고찰’ ‘고려말 열녀 사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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