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트럼프의 미국’을 보는 중국의 복잡한 속내

입력 2016-11-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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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중국에도 분명 예상밖의 결과였으나 당혹스러워하고 있지만은 않은 듯 보인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반기는 몇 안 되는 국가로 러시아와 함께 중국을 거명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6개국을 대상으로 트럼프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국이 39%로 가장 높게 나왔다 한다. 한국의 7% 지지율과 대비된다.

그런데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국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위협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미·중 간 통상 마찰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 정책이 여전히 불명확하고, 특히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트럼프 당선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커 보인다.

트럼프에 대한 기대는 중국 일반인들 사이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 기대감은 사실 트럼프와 트럼프 정책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기득세력에 대한 반기였듯이 일반 중국인들 역시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기존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반감이 트럼프에 대한 기대로 표출된 듯하다. 즉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기존 관행에서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트럼프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의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에 대한 중국 반응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예상밖의 선거 결과가 중국의 국익에 어떠한 이해득실이 있을지에 대해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며 주판을 튕기고 있다. 일단은 기대감 속에서 우려도 표출하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내심 오바마 시기 중국에 전략적 압박이 되었던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후퇴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아·태지역 경제 주도권 경쟁을 촉발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트럼프의 명확한 반대 의견이 그러한 기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는 기업가적 특성이 강해 역대 정부와 달리 가치와 인권을 수단으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도 있다.

다른 한편 일단 트럼프의 등장은 그 자체가 불확실성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인 우려가 있다. 중국은 특히 통상 분야에서의 새로운 압박이 강도 높게 전개되면서 미국과 협력보다는 갈등이 심화할 수 있으며,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신중 모드다. 예컨대 미중 통상무역위원회(JCCT)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왕양(王洋) 부총리는 트럼프의 대중 정책에 대선 결과 못지않게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일단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중 관계와 관련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가장 핵심적 관심은 오바마 정부 이후 고조되어온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경쟁의 향방이다. 트럼프 당선의 미국 우선주의는 국제적 개입의 축소로 해석되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의 고도 성장을 통한 부상 과정에서 일정 부분 미국 쇠퇴의 반사효과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등을 경과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트럼프 정부가 과연 선거 공약처럼 ‘신고립주의’ 정책을 구체화할지 현재로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바마 정부와 비교할 때 트럼프 정부는 상대적으로 국내 경제 회복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게 될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선거 후유증을 해소하며 체제를 정비하는 데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국제적 개입, 특히 아시아 재균형 전략도 조정기가 필요할 듯하다.

중국이 미국의 재균형 전략 약화 추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향후 미·중 관계 전개의 초점이 될 것이며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관전 포인트이다. 즉 지금까지 미·중 관계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주도, 또는 자극하면 이에 대해 중국이 반응,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양국 간의 갈등, 경쟁, 협력의 복합적 관계가 구성되어왔다. 향후 트럼프 정부 초기의 일시적 조정기를 중국이 대외적 영향력과 입지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고, 보다 공세적인 외교를 전개할지 아니면 반대로 중국 또한 산적한 국내 현안에 집중할 수 있는 여분의 시간으로 인식하고 국내 우선의 정책 선택을 하게 될지가 중요한 변수다.

일단 중국은 섣부르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관망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위 중국발 ‘글로벌 리더십’ 또는 ‘중국의 미국대체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이 되기에 아직은 중국의 역량이 부족하며, 미국 역시 전통적 의미의 ‘고립주의’ 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며 애써 자제하려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사실상 국내 우선주의가 될 가능성이 있듯이 중국 역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발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속사정도 있다. 특히 비록 18기 6중전회를 통해 시진핑 총서기가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권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내년 19차 당 대회에서 대대적인 권력교체가 이뤄질 때까지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국내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과 트럼프의 전화통화에서 “중·미 협력은 중요한 기회와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위대하고 중요한 국가로 미·중 양국은 상호 호혜할 수 있다”고 덕담을 주고받은 것이 단순히 외교적 수사만이 아닐 수 있다. 즉 양국이 직면한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일정 기간 각각의 국내 불확실성을 관리하면서 정중동의 허니문 시기를 유지할 현실적 필요도 없지 않다. 따라서 미·중 간의 아시아에서의 직접적 세력 경쟁은 단기적으로는 이전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한국이 직면해왔던 미·중 경쟁으로 인한 압박과 딜레마도 동시에 완화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한국의 딜레마는 지속되거나 더 악화될 소지도 있어 보이며, 심지어 새로운 복잡한 전략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이미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동맹의 역할을 강조하며 동맹국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을 ‘대리 견제’하려는 의도를 보였고, 그로 인해 한국이 어려움에 처했던 것이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의 직접적 국제 개입을 축소하는 대신에 오히려 동맹의 역할 강화를 통해 재균형 전략의 위축을 보완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트럼프는 선거 기간 한국 등 동맹국의 비용 부담 증대 필요성을 거칠게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역시 기본적으로 내부지향적이면서도 최소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망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시기라고 인식하면서 주변 국가들에 보다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통해 동맹정책 전환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일단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트럼프 정부 초기에는 중국의 역할을 더 강조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미 트럼프는 “중국은 북한정권에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고 표명한 바 있다.

북핵 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의 아시아에서의 ‘편가르기식 대리 세력 경쟁’에 도구로 동원되면서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의 잠정적 조정기가 한국에 새로운 위기와 도전이 될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 도전이 한국이 중견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하루속히 회복하고 이를 발판 삼아 미·중 간의 딜레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지혜를 모으고 선제적 외교를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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