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 올 때 우산 씌워주는 건 배임 아니다

입력 2016-10-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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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람 기업금융부 기자

은행원들과 만나다 보면 직업적 자부심이 일반회사 직원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나가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것이다. 한 은행 직원은 기자에게 “은행원이라면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공익을 생각하는 직업의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을 잘 표현한 말이다. 우리는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시스템이 망가질 경우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학습했다.

그만큼 금융은 중요한 산업이다. 이런 점이 반영돼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규제 산업화돼 있다. 당연히 철저한 정부의 감독 하에 성장할 수밖에 없다.

최근 남부지역엔 태풍 ‘차바’가 수많은 가정과 기업에 피해를 안겼다. 자연피해에 취약한 우리나라 환경상 각 경제 주체들이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크고 작은 기업들을 막론하고 은행 대출이 없는 곳은 드물다. 이 기업들은 인적·물적 경제활동이 마비됨과 동시에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은행 중 일부 은행들은 재빨리 지원에 나섰다. 대출 원리금 상환을 미뤄준다거나 낮은 금리로 추가 지원을 해주는 식이었다. 반면 어떤 은행들은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씁쓸한 것은 지방은행들과 농협은행 등 비중이 작은 은행은 금융지원에 적극적이었고, 대형은행들은 검토 중이거나 지원책이 없었다.

국민은행이 4대은행 중 가장 먼저 지원책을 내놨다. 상시적으로 재난피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것을 특별 재난 프로그램으로 전환한 것이었다.

최근 은행들은 구조조정 산업에 속한 대기업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다. 앞으로 경기 변화에 따라 추가로 수조 원을 더 쌓아야 할 수도 있다. 기업 자금 지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재난 기업에 긴급자금을 주저한다면 금융의 공공성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다. 특별 재난지원에 필요한 자금은 대기업에 쏟아부은 자금에 비해서도 극히 작은 규모였다.‘비올 때 우산 씌워주는 것’은 배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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