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영란법과 공무원 보신주의

입력 2016-10-10 10:52 수정 2016-10-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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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흔 정치경제부 기자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세종 정부청사 주변 식당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공무원들로 가득차던 인근 식당이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대신 청사 내 구내식당에는 공무원들이 긴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영란법은 직무 연관성이 없는 사교 등의 목적일 경우 3만 원까지 식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종 정부청사 인근 식당가가 파리를 날리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신주의가 만연한 공무원들이 혹시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 외부인은 물론 부처 내 식사 자리까지 꺼리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10일 경제부처 3곳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연다. 2곳은 도시락을 제공하고 1곳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공식적인 기자간담회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인근 식당에서 해도 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정부부처 A국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다른 과 공무원들과 식사를 하고 더치페이로 계산했다. 그런데 후배들과 밥을 먹으면서 더치페이를 했더니 영 찜찜해서 다음부터는 아예 약속을 안 잡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점심식사 후 청사 인근 커피숍을 갔더니 예전과 달리 텅 비어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는 자리도 없고 주문하려면 10분 넘게 기다려야 했지면 법 시행 이후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조차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공무원과 기자가 왜 밥을 먹고 술을 마셔야 하냐고 묻는다. 근무시간에 만나 취재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정부는 새롭게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을 한다.

공무원은 자신이 만든 정책의 1차 전달자가 언론이고, 기자들은 새로운 뉴스를 찾기 위해 공무원과 식사나 술자리를 갖게 된다. 물론 과도한 접대 자리로 이어지는 일이 있다 보니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됐지만, 부정청탁을 금지하자는 법의 취지 내에서 소통은 필요하다.

조만간 정부가 김영란법 실생활 매뉴얼을 만든다고 한다. 다시 건강한 긴장감이 있는 세종청사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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