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현대차 파업사태, 숨은 진실은?

입력 2016-10-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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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차가 안 팔리는데, 파업이라도 해야 살지 않겠어요?”

현대자동차가 3개월째 파업을 이어가자,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푸념 섞인 말이다. 다소 생뚱맞지만, 현대차의 마라톤 파업은 ‘재고량’에 따라 시기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최근 3년 사이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노조의 파업을 단순한 실적 악화 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밝힌 이번 파업에 따른 피해는 13만1851대의 생산 차질과 약 2조9000억 원의 매출 손실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계속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놓고 노조는 매출 손실은 틀린 표현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노조는 파업 일수가 많아 보여도 실제 생산 차질 대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주일에 두 차례씩 부분파업을 해왔기 때문에 특근 며칠하면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노조는 24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어찌됐건 생산 차질은 노사 모두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쟁의 핵심은 ‘재고량’이다. 재고량으로 인해 파업에 따른 손실보다는 오히려 재고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는 논란이다. 시장의 분석은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대신증권은 “재고가 많은 해외에서는 파업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증권 역시 “파업 장기화로 재고 감소 및 금융부문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가운데 80%를 수출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파업 장기화에 따른 내수 판매 감소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에는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충분한 재고량으로 판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재고량은 얼마나 될까. 현대차는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을 이유로 공식적인 재고량 공개를 피해 오고 있다. 다만 시장에 알려진 현대차의 재고량은 상당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재고율은 약 4.3개월로,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는 적정 재고량을 국내는 15일, 해외는 3~3.5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 비수기 등 판매부진 시기에는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적정 재고량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경영 전략이다. 현대차가 재고 소진을 위해 생산 시기에 따라 할인 폭을 적용하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재고가 쌓인다고 노조의 파업을 원하는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차 한 대 파는 게 아쉬운 마당에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인건비라도 줄이자는 생각은 상식에 입각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11일 열리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는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일괄 제시안을 내놓을지, 성에 차지 않는 노조가 또 총파업 궐기를 결의할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장기화된 파업은 부정적 여론과 함께 각종 경제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전 상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노사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다. 노조와 사측이 파업 손실을 둘러싼 팩트 공방이란 여론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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