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 방송 된 ‘미래일기’ 입니다. 81세로 시간여행을 떠난 개그맨 이봉원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살피네요. 깊게 팬 주름이 낯설지만, 이내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버킷리스트를 적는 64세 이상민도, 독거 라이프를 즐기는 희수(喜壽, 77세) 할머니 박미선도, 엄마와 데이트에 나선 60세 아들 김동현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미래 여행을 즐깁니다.
“난 어떻게 늙을까?”
방송을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미래일기에는 뭐가 적혀있지?’라고 자문하니 ‘아무것도 없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당장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노후준비를 안일하게 여긴 것에 대해 반성했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530,000원 vs 2,880,000원.
얼마 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국민 2270명(25~74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요. 예ㆍ적금 등으로 노후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응답자)이 50%도 채 안 됐습니다. 가구당 월 저축액도 53만 원에 그쳤고요. 심지어 12%는 국민ㆍ퇴직ㆍ개인연금 중 어떤 상품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은퇴 후 부족함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288만 원이라고 합니다. 최소 생활비는 193만 원이고요. 53만 원과 288만 원, 현실과 이상의 틈이 큽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알아도 못 하는 거죠. 당장 먹고살 것도 없으니까요. 설문조사 하나 더 살펴 볼까요? 올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2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경제적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뭐냐?’고 물어봤는데요. 10명 중 3명(34.1%)이 ‘노후 준비 부족’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땐 28.8%였는데 말이죠. 불과 반년 만에 5.3%포인트나 상승한 겁니다.
젊은이들의 텅텅 빈 ‘미래 곳간’은 노인빈곤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가난한 노인’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2006년부터 빠르게 증가한 노인 빈곤율은 지난해 48.6%를 기록했습니다. OECD 평균(12.4%)의 4배에 달하죠. 절대적 수치, 상승 폭 모두 1위입니다.
어르신들도 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마땅한 일자리도 거의 없는 데다 이력서를 내면 “젊은 사람한테 양보하시죠”란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8만 명(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전체 노인 인구의 4.5%)의 노인은 아픈 몸을 이끌고 길거리를 헤매며 폐지를 줍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란 푸념을 쏟아내며 말이죠.
연휴가 한창인 이번 주 일요일(10월 2일)은 ‘노인의 날’입니다.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온 어르신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됐다 하네요.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날이지만, 노인들의 얼굴은 어둡습니다. 그 길을 마주하고 있는 젊은이들 또한 걱정이 태산이고요. 대한민국의 미래일기, 언제쯤 ‘행복하다’가 담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