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미국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죠. 30%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입니다.
“1969년 달 착륙 중계 이후 최대 TV 이벤트다.”
두 사람은 우리 시각으로 내일(27일) 오전 10시 열리는 TV 토론을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입니다. 미국 내에서만 1만 명 이상이 시청하거든요. 전 세계적 따지면 3만 명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안보, 경제 등 전 분야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클린턴과 트럼프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남기기 위해 막판 담금질을 하고 있다 하네요.
이번 TV 토론은 우리에게도 빅 이벤트입니다. 백악관 입성 티켓을 누가 거머쥐느냐에 따라 ‘경제 신호등’ 색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공약만 놓고 보면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우리에겐 더 불리합니다.
미국 대선의 분수령이 될 TV 토론, 경제 분야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 TV 토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 TV 토론은 총 3번 진행됩니다. 우리 시각으로 9월 27일, 10월 10일, 10월 20일로 예정돼 있죠. 내일 열리는 1차 토론회 주제는 △미국의 방향 △번영 △안보인데요. 3대 주제 아래 6개 분야에 걸쳐 총 90분간(각 15분) 진행됩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분야별로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각각 2분 동안 답변한 뒤, 남은 시간에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예정인데요. 토론 주제가 사회ㆍ경제ㆍ안보와 같은 미국 내 이슈에 집중돼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국과 밀접한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지지율은 누가 앞서고 있나요?
= 팽팽합니다. 최근 이뤄진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요. 클린턴 45.4%ㆍ트럼프 43.5%로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 중입니다. 늘 앞서 나가던 클린턴이 이메일 스캔들과 건강 악화설에 휘말리면서 뒷걸음질 치고 있거든요. 아직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내일 열리는 TV 토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 우리나라 ‘돈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 ‘트렉시트’라고 들어보셨나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불확실성’, ‘기성 체제에 대한 반기’ 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번 TV토론회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질 겁니다.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큰 한국 원화, 중국 위안화, 멕시코 페소 등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죠. 원화 약세는 주식시장에 부담 요인인데요. 외국인이 ‘사자’를 줄이거나, ‘팔자’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변화가 생길까요?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준)는 독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한국은행처럼요. 누가 대통령이 돼도 통화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란 얘기입니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연준 의장 역시 자신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를 향해 “연준은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다만 공약을 통해 살펴보면요. 클린턴보다 트럼프의 약속들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채발행이 불가피하죠. 물가상승과 금리인상 압력이 커질 겁니다. 공약에 따른 확률을 따진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때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더 크겠네요.
◇ 한국 기업들은 누구 편인가요?
=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우선 클린턴은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보다는 무역감찰 강화를 주장합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진영을 끌어안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로 노선도 선회했죠. 트럼프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삼성ㆍLG전자를 거론하며 “한국경제는 괴물”이라고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클린턴을 지지하는 이유는 최선이 아닌 차악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