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어릴 적 해 질 녘까지 동네 골목에서 술래잡기 하던 분이라면 사진을 보는 순간 환청이 들릴 겁니다. “단비 꺼야!”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요. 맞습니다. 이 어린아이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아따 아따’에 나오는 말썽꾸러기 영웅이와 울보 단비입니다.
그 옆에 있는 건장한 청년들도 누군지 짐작이 가시죠? 마냥 어리기만 할 것 같던 영웅이와 단비가 이렇게 컸네요. 정장을 입고 있으니, 제법 어른티가 납니다. 오랜만이니 얼굴을 좀 더 볼까요? 삐죽삐죽 머리칼도 여전하고, 발그스레한 볼도 한결같습니다. 얇은 눈썹, 큰 눈 모두 그대로네요.
그런데 웬일인지 표정이 어둡습니다. 얼굴은 땀으로 흥건하고요. “취직할 수 있을까?(就職できるかな)”란 제목을 보아하니 면접에 가는 중이네요.
영원히 아이일 줄 알았던 이들 남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취업난은 만화 속이나 현실 세계나 다를 바가 없나 봅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9.17%(지난해 기준)에 달합니다. 역대 최고치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점점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는 2013년 8.02%, 2014년 9.05%로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노동시장은 바짝 마르고 있는데, 인공지능 로봇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인간의 영역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장기 백수가 되고 있는 거죠.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장기실업자(6개월 이상 미취업)는 18만2000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6만2000명이나 증가했는데요.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을 ‘1→4주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 폭입니다. 2013년까지 증감을 반복하다가 2014년 이후부터는 매달 평균적으로 1만∼2만여 명씩 늘고 있죠. 전문가들은 장기실업 비율이 늘고 있는 건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길에 들어섰다는 증거라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내년도 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달 30일 예산안 합동브리핑에서)
정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일자리 감소→소비 위축→경제 활력 저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17조53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0.7% 확대 편성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청년들의 아우성이 가득합니다. 대부분이 직업훈련이나 간접 고용지원에 배정됐거든요. 직접적인 체감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죠.
애니메이션 ‘아따아따’는 실화입니다. 일본의 만화 작가 아오누마 다카코(青沼 貴子)가 자기 아들, 딸을 모티브로 그렸죠. 사춘기를 다소 유난스럽게 보내긴 했지만, 독립도 하고 아버지 일도 도우며 평범하게 자랐다고 합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속에서 이들 남매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까요? 같은 밀레니엄 세대로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는 영웅이와 단비의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