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하루를 보내고 텅 빈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로해 주는 건 이 맥주 한잔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이렇게 혼자 마신다.”
어제 첫 방송 된 ‘혼술남녀’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노량진 공시촌(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국어 강사로 입성한 박하나(박하선 분)가 혼자 집에서 맥주 한 잔을 비워내며 하는 독백이죠.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한테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요. 걱정거리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가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입니다.
10집 중 3집 “나 혼자 산다”(통계청, 2015년 기준)
하나같은 1인 가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1%에 달합니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 “저 사람 친구 없나 봐”란 소릴 들어야 했던 2000년(20%)과 비교하면 1집이 더 늘었네요. 삼성경제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2035년엔 그 비중이 절반을 넘길 거라고 합니다. 극심한 취업난에 결혼이 늦어지는 데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독거노인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챙겨야 할 가족도 없고, 키워야 할 애도 없으니 혼자 살면 돈 모으겠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조사에 따르면 ‘나홀로족’의 가계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식비입니다. 한 달에 100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74만 원(74%)이 식대로 나가죠. 옷을 구입하는 데는 7만9000원(7.9%)을, 화장품을 사는 데는 5만2000원(5.2%)을, 영화나 뮤지컬을 보는 데는 4만3000원을 씁니다.
문제는 저축입니다. 수입의 80%를 오로지 ‘나’를 위해 쓰다 보니 주머니가 늘 가볍죠. 둘이 벌어도 감당 안 되는 ‘미친 집값’을 막아낼 재간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된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설문조사를 해봤는데요. 서울에서 혼자 사는 20ㆍ30세대 여성들 4명 중 3명은 주거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좀 버는 사람들은 다르지 않으냐고요? 월 300만원 넘게 버는 정규직 직장인(73.3%)들도 ‘헬전세(전세 지옥)’에 허덕이는 건 똑같습니다.
“우리 같이 살까?”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셰어하우스(Share house)’입니다. ‘공유 집’으로 해석되겠네요. ‘큰 소리 내지 말 것’, ‘공동 주방은 항상 깨끗하게’ 등과 같이 몇 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혼자 살 때보다 훨씬 더 좋은 집에서 싱글라이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혼밥’이 외로운 날엔 음식도 나눠 먹을 수 있고요. 아플 땐 서럽게 혼자 있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큰 매력은 집값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거죠. ‘셰어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을 매칭해 주는 한 중개 사이트에 들어가 봤는데요.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단독주택의 월 임대료가 39만 원입니다. 보증금은 500만 원이고요. 에어컨, 냉장고, 밥솥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 그야말로 몸만 들어가면 되는데요. 방(6개)은 따로따로지만, 화장실(3개)과 주방(1개)은 함께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크기의 원룸은 어떨까요? 네이버 부동산을 찾아봤더니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가 45만 원이네요. 확실히 ‘셰어하우스’가 쌉니다.
‘나의 두 번째 식구를 만나다’
2년 전 방송된 ‘셰어하우스’의 부제입니다. 손호영과 최희, 이상민 등이 출연해 인기를 끌었죠. 혼자에 익숙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함께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준 프로그램입니다. 퇴근 후 집에서 혼자 맥주를 들이켜는 ‘혼술남녀’ 속 하나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네요. 그의 두 번째 가족이 정석(하석진 분)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