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소상공인중심 글로벌화시대… 한 치 앞만 보면 장사꾼, 세 치 앞을 보면 기업가

입력 2016-08-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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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워싱턴대 초빙교수

자카르타와 하노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보면서 효성이나 대림이 10년 전에만 이곳에 진출했어도 지금처럼 허망한 회사가 안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집니다. 국내에만 안주한 오토바이 업체들은 아세안의 거대한 오토바이 시장을 놓치고, 내수는 30만 대에서 9만 대로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이제 ‘종이호랑이’라는 말을 듣는 대림차는 잘 나갈 때 세계시장에 진출을 소홀히 한 결과입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혼다오토바이는 전 세계 1550만 대 이상 판매하면서 한국의 배달 오토바이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어느 소상공인 지도자가 묻습니다. 국내에서도 어려운데 왜 자꾸 해외로 진출하라고 하느냐? 그렇습니다.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개연성(Probability)의 싸움입니다. 국가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기업의 평균 성장률도 높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때가 있었습니다. 경기 과열이라는 말을 들었던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소상공인들은 신났습니다. 공무원, 은행원들이 부러워했지 않습니까?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아세안에 진출한 소상공인들이 한국에 남아 있는 소상공인들보다 경기가 나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국내는 기업 간 경쟁이 더욱 격심해지고 있습니다. 신규 창업도 내수형-생계형 중심에 머물고 있어 과당경쟁이 뻔합니다. 우리나라의 소상공인들은 앞으로 국내에서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해외 진출을 싫어합니다. 우리 중소기업 수출참여 비율은 2.7%에 불과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일본의 1995년처럼 국내에 머물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일본 갈라파고스화의 교훈입니다.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은 글로벌 도전의 성공 기업입니다. 중국으로 진출할 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왜 해외로 나가느냐고 말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 코스맥스의 성장엔진이 되었습니다. 2012년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했습니다. 10년 후에는 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소상공인 정책은 힘들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잘 해줘야 한다는 강박감에 싸여 있습니다. 국회는 일률적인 지원정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률이란 단어는 대개 평등을 가장한 불평등을 낳습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의 전략은 몇 수 앞까지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필요로 합니다. 어떤 대책도 생각의 지평을 확대해 인과관계의 종착점까지 가봐야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 소상공인 글로벌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중소 기업인과 소상공인에게 글로벌 도전에 희망을 주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중소기업 중심 글로벌화 시대(The new era of micro-multinationals)가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간 이동비용과 거래비용이 낮아지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글로벌화에 유리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첫째, 제품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빠른 (중소)기업이 느린 (대)기업보다 유리합니다. 기술력이나 영업 전투력를 갖춘 중소기업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해외고객 접근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둘째, 창조지식 사회에서는 생산성보다 창조성 싸움입니다. 생산성은 대기업이 높고 창의성은 중소기업이 강점입니다. 창의성을 갖춘 중소기업이 고객의 요구에 탄력성 있게 대응한다면 해외고객은 내 것이 될 것입니다. 셋째, 글로벌 가치사슬이 발전할수록 최종 제품의 국제이전보다 중간재의 국제이전이 활발해집니다.

소상공인 어려움 문제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밀려드는 소상공인 창업의 과당경쟁과 낮은 경제성장률로 풍선효과에 휘말린 결과입니다. 이제 글로벌 시장 출구를 찾지 못하면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치 앞만 보면 장사꾼이고, 세 치 앞을 보면 기업가라 합니다. 소상공인 문제도 이제 멀리 보는 기업가정신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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