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독서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아닐까

입력 2016-07-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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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준 미래에셋생명 홍보팀 대리

▲황재준 미래에셋생명 홍보팀 대리
▲황재준 미래에셋생명 홍보팀 대리
90년대 ‘초딩’인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면서 종종 라디오를 들었다. 그때 즐겨 듣던 프로그램이 EBS 라디오의 ‘오후의 음악 선물’이었다. 여성 진행자가 청취자들의 엽서 사연을 읽어주고, 동요나 건전한(?) 가요를 틀어주는 이른바 어린이 세계의 ‘별이 빛나는 밤에’였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성우들이 들려준 교훈적인 이야기였다.

여름방학 동안 100권의 책을 읽기로 친구와 내기를 한 아이에게 누군가 제안을 한다. 무슨 책이든 읽기만 하면 순식간에 그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주겠다고. 단,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고 단지 줄거리만 알게 된다는 조건이다. 조급한 아이는 제안을 단숨에 수락했고, 100권의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갈 때쯤 녀석은 친구를 붙잡고 후회를 거듭했다. “100권 모두 내용은 쉽게 알겠는데 어떠한 재미와 감동도 느낄 수 없었어.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싶어….”

최근 김영하 작가의 3부작 독서 에세이의 마지막 편인 ‘읽다’를 잡았다. 이제껏 나는 후회하는 저 아이처럼 책을 읽어온 것 같다. 남들은 다 아는 책의 내용이 궁금해 서둘러 따라잡아야겠다는 조급함이 가득했다. 때로는 ‘이 책을 읽으면 좀 폼 나 보일 거야’라는 망상도 많았다.

김영하 작가는 ‘읽다’에서 소설을 읽는 이유를 ‘헤매기 위해서’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분명한 목표라는 게 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상한 세계에서 어슬렁거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는 분명 교환이 불가능한 가치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그 여정 위에서 얼마나 헤매봤는가. 제시된 이정표만 보고 그저 목적지에 안착하겠다는 일념으로 스쳐 가는 주위 풍경들은 놓친 채 고속도로를 달려온 것만 같다. 비단 독서에만 해당하는 반성이겠는가. 집에서, 회사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항상 결과만 바라본 채 과정을 간과하지 않았던가.

고개를 돌려 책장을 봤다. 손때 묻은 책들이 가득하다.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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