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오히려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 연방은행으로부터 나왔다. 이는 그간의 전통적 경제학 통념인 금리를 인하해야 물가가 오른다는 기존 테일러 룰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24일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에 따르면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스티븐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의 보고서 ‘네오 피셔리즘, 저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한 급진적 아이디어 또는 가장 눈에 띄는 해결책(Neo-Fisherism, A Radical Idea, or the Most Obvious Solution to the Low-Inflation Problem?)’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Neo-Fisherism 보고서)](https://img.etoday.co.kr/pto_db/2016/07/20160724095153_909318_600_359.jpg)
이는 기존 피셔방정식으로 알려진 명목이자율(R)은 실질이자율(r)과 기대인플레(π)의 합이라는데 기반한다. 즉, 실질금리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명목 금리 하락은 인플레이션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상승이 아닌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금리를 인하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존 이론이 그간 들어맞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제로금리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양적완화(QE)와 포워드가이던스 등 각종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쓰고도 세계 각국이 저인플레이션에 빠져 있다는 게 그 예라고 밝혔다.
1995년 이래 일본은행(BOJ)은 제로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았고, 명목이자율 목표치를 21년여 동안 제로에 근접하게 유지했다. BOJ는 인플레 목표치를 2%로 잡았고 초과달성을 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보고서는 네오 피셔리즘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중앙은행들이 저인플레이션 정책 함정에 빠져 탈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곽현수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같은 주장에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Fed의 금리인하와 이에 따른 모기지 및 국채금리 안정, QE로 인한 유동성 공급은 주택시장 안정과 주식 상승에 기여했다. 이같은 자산효과는 논란은 있지만 미국의 안정적 소비를 가능케 했고 이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애초 이번 디플레이션 늪은 세계 주요 산업의 공급 과잉과 각종 시스템 리스크 때문이었기에 피셔방정식과 중앙은행의 힘 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를 읽어본 한국은행 금통위원은 “잘 알려진 학자가 이런 주장을 하다니 무척 놀랍다. 동의가 안된다. 여전히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논리를 적용하면 이전에 폴 볼커는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과감히 낮췄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