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소송꾼들의 세상

입력 2016-06-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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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부 차장

“소송은 한 번했던 사람이 계속하는 거죠.”

평소 알고 지내는 변호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승소 가능성이 없음에도, 또 승소로 얻을 수 있는 게 없음에도 소송을 남발하는 요즘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기소된 한 피의자는 일부 혐의가 무혐의를 받자, 연달아 소송을 냈습니다. 밀반입은 유죄, 투약 혐의는 무죄로 판결 받은 상황이었지요. 그는 투약 혐의를 제기한 검찰과 경찰 등을 상대로 150건이 넘는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 특정 시민단체를 상대로 수백건의 소송을 낸 또 다른 사람은 소송이 기각되자 ‘왜 기각이 됐느냐’며 또 소송을 냈습니다. 그렇게 100여 건의 소송이 쌓였습니다.

한 보수논객은 시민단체와 지자체장, 언론을 상대로 걸핏하면 소송을 들먹입니다. SNS를 통해 “소송 금액을 준비하라”는 엄포도 늘어놓습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승소했다는 이야기보다 패소했다는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린, 한 변호사도 소송꾼으로 불립니다. 그는 소송의 상대로 개그맨과 유명인은 물론, 자신에 대한 비판성 댓글을 작성한 누리꾼까지 가리지 않았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협회까지 나섰습니다. 법조인으로서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는 그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한 것이지요. 변협은 그가 소송을 남발해 ‘변호사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소송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현실을 해결하고자 법의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송을 위한 소송이 넘쳐나는 사회는 분명 바로잡아야 합니다.

법원도 소송권한을 남용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을 줄일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전략적 봉쇄소송과 그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인데요. 전략적 봉쇄소송의 요건과 입법 또는 사법적 규제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연구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대응 방안과 해외 사례 등도 살펴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 숲 파괴를 우려하는 그린피스 회원들에게 맥도날드가 거액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례가 해외에서는 대표적 ‘봉쇄소송’으로 꼽힙니다. 석유탐사 활동의 위험성을 제기한 환경단체 회원들에게 글로벌 에너지 그룹인 BP가 활동방해 금지명령 청구소송과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례도 포함됩니다. 이들 기업은 돈을 앞세워 유능한 변호사를 대거 대리인으로 선임합니다. 논리와 법리로 승소를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시민의 참여와 공적 의견 표명이 활발해진 사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비판과 상대방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부작용과 구체적 대응 방안을 연구할 필요도 존재합니다. 늦었지만 대법원이 대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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