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6월 22일 김명순-노숙자로 숨져간 근대 최초 여성작가의 비극

입력 2016-06-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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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아 (중략) 이 다음에 나 같은 사람이 나더라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보아라 (중략) 이 사나운 곳아, 이 사나운 곳아.’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한국 근대 최초 여성작가 김명순(1896.1.20~1951.6.22)의 시 ‘유언(遺言)’의 한 구절이다. 김명순은 남성들의 온갖 편견과 조롱, 굴절된 시각 속에서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리며 불우한 삶을 살다가 결국 일본 도쿄 아오야마 뇌병원에서 노숙자 신세로 사망했다. 화가 나혜석의 비참한 죽음을 연상시킨다.

그는 평양 부호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으나 평생을 기생 출신인 첩의 딸이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야 했다. 진명여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했지만 데이트 강간을 당해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김명순은 오히려 남성을 짝사랑해 자살하려 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받았다.

이런 시련 속에서도 문학에 몰두했던 김명순은 1917년 육당 최남선이 발행하던 잡지 ‘청춘’의 소설 현상공모에서 ‘의심의 소녀’로 2위에 당선됐다. 1919년 문학동인지 ‘창조’가 창간되자 김동인 전영택 주요한 등과 함께 동인으로 활동했다. 김명순은 또 1925년 매일신보 여류기자 시험에 합격해 기자로서 여러 신문에 칼럼을 썼고 첫 시집 ‘생명의 과실’을 냈다. 1927년 영화 ‘광랑(狂浪)’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인재였지만 남성우월주의적인 당시의 시대상 속에서 김명순은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온갖 조롱과 비방을 받아야 했다. 특히 김명순에게 가장 가슴 아픈 상처를 준 것은 동료 문인들이었다. 김동인은 ‘김연실전’에서 신여성들을 허영에 놀아나고 성적으로 타락했다고 매도했는데, 김명순을 모티프로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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