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개헌에 앞서 국회 개혁부터

입력 2016-06-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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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오수부동(五獸不動)은 쥐, 고양이, 개, 호랑이, 코끼리가 한곳에 모이면 서로 두려워하고 꺼려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뜻의 성어다. 여러 조직이 서로 견제하는 바람에 나름대로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것을 비유한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인 지금 헌법을 생각하면 1987년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 세 명이 서로 견제하다가 타협을 통해 만들어낸 삼수부동(三獸不動)의 작품인 것처럼 생각된다.

내년으로 30년을 맞는 ‘87년 체제’는 이미 시대에 뒤지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헌법을 고치되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자는 제안이 두드러졌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실시되는 2012년에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의 임기가 같아지게 함으로써 정권 운용의 효율을 높이고 국력 낭비도 막자는 논의가 가장 현실성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초기에 활발했던 개헌 논의는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그 다음 박근혜 정부도 이제 1년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대 국회 개원을 계기로 또다시 개헌론이 화두로 등장했다. 정세균 의장의 제언 이후 개헌론이 본격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연합뉴스가 최근 20대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83.3%인 250명이 개헌 필요성을 인정했고, 여당보다 야당의 찬성 비율이 더 높았다.

개헌은 필요하다. 대통령의 임기 문제나 권력구조 문제 외에 국민의 기본권 등 고쳐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정보화 시대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정보 인권 조항, 외국인 인권 보장 등 인권 보장의 현실화 문제도 새롭게 정비하거나 신설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과를 볼 때 개헌 논의는 이번에도 역시 쉽지 않다. 추진 시기부터 합의하기가 어렵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임기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인용한 연합뉴스 조사에서 개헌 필요성을 인정한 의원 250명도 47.6%(119명)는 ‘내년 대선 전에 완료’, 41.2%(103명)는 ‘대선 공약과 연계해 차기 정부가 개헌’이라고 엇갈렸다.

국회의장이 바뀌고 새로운 국회가 가동되면 늘 정치개혁 작업이 벌어지고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논의가 벌어지곤 했다. 국회의장들은 임기 2년 동안 저마다 뭔가 해내려 하는데, 알고 보면 다 전임자들이 제기했던 일이며 결론이 난 과제들이다. 그런 기구에 참여해 활동한 개인적 경험으로 말하건대 논의되지 않은 정치 현안이나 개선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문제는 없었다. 다만 국회가 시치미 떼고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국회에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일을 먼저 개혁하는 것이다. 19대 국회 종료 직전 새누리당 일각에서 20대 국회의 개혁과제 열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세비를 삭감해 정책 비서를 추가로 채용하고,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 절반 이상 참석해야 회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 등이 골자다. 20대 국회에서도 일명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금지법’ 입법이 추진(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되고 있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과 국회법을 고치자는 것이다.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발(發) 개헌 논의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의원 불체포 특권과 면책 특권을 시대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와 각 정당은 그동안 특권 내려놓기를 수도 없이 공약하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지킨 것이 없다. 그런 개혁부터 스스로 해낼 수 있어야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형성되는 공감대와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개헌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개헌은 필요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그게 거쳐야 할 순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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