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여소야대 국회와 조선·해운사 구조조정

입력 2016-06-13 10:57 수정 2016-06-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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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이제 더 이상 자금 지원은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 달여간 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정작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 해법은 부실기업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부실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없으니, 자구노력을 통해 각자 살아가라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부실기업의 옥석을 가려 회생 가능 기업에 대해 자금을 지원했던 기존 구조조정 방식과 다른 결정이다.

전 세계 업황과 재무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해운·조선사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해양 4조2000억원 추가 자금 지원과 관련해 책임 공방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대신 해운·조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35조원(은행권 전체 익스포저 53조원)에 달하는 기존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대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 자금 12조원(자본확충펀드 11조원, 수출입은행 1조원 현물출자)을 조성키로 했다.

이 자금은 엄격히 말하면 ‘기업 구조조정 자금’ 이라기보다, 국책은행의 ‘부실방지 자금’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정부는 8일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과 관련한 기본적인 방향과 일정을 밝혔다. 앞으로 긴 구조조정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갈지, 또 대량실업에 따른 사회적 고통과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과정을 지켜보는 상당수 시각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를 임종룡 금융위원장에서 유일호 부총리로 교체했다. 컨트롤타워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했지만, 정권 하반기 얼마나 책임 있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엄중한 시기인 만큼 지휘봉을 잡은 유 부총리가 강한 추진력으로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지만 과연 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구조조정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유 부총리보다 임 위원장의 목소리가 더 컸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은 ‘잘해야 본전’ 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향후 책임 소재의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구조조정의 총대를 누가 메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조선·해운사의 구조조정과 함께 5대 취약업종에 대한 사업재편도 함께 추진하는 만큼 국회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쟁만 하다 자칫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선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재편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여당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야 하지만 거대 야당의 도움 없이는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대책도 새누리당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해 새누리당이 불쾌감을 표시하자 다음 날 부랴부랴 당정 협의를 가졌다.

그동안 야권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구조조정 방식 등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보여 정부가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야당은 8일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에 대해 책임 규명이 미흡하고 한국은행 발권력을 남용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기업부실의 원인도,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도 불투명하고 심지어 구조조정의 목적마저도 제시되지 않은 채 국민에게 손만 벌리는 깜깜이 구조조정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문제에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된 것은 나쁜 선례”라며 “국민의 검증과 국회의 추궁을 피하려고 우회로를 만드는 데 급급한 대책”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대책 발표 다음 날인 9일 홍기택 전 산업은행 총재가 밝힌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는 발언과 관련해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은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이제라도 신속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험로가 예상되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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