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법으로라도 국회가 법정 시한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입력 2016-06-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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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번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나는 것 같다. 바로 20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22년 동안 단 한 번도 법정시한 내에 원 구성을 해보지 못했다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정도 되면 비정상이 정상처럼 보이게 생겼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기록’을 세우면서도 정치권은 고민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아 더욱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우선 국회의장 자리를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느냐 아니면 여당이 가져가느냐 하는 부분이 지금 가장 첨예한 쟁점인데, 이 부분도 여소야대가 되면 항상 단골처럼 등장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반복되는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제대로 고민했더라면 진작 국회법 등에 명문화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즉, 국회법 15조 1항을 보면 “의장과 부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된다”로 돼 있는데, 이 부분을 “원내 제1당이 추천하는 자” 혹은 “여당이 추천하는 자”라는 구절을 삽입하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론적으로 ‘무기명 투표’를 내세우는데 이런 문구를 삽입하면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지위를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을 계속하자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껏 우리나라 국회는 국회의장을 어떤 당이 가져갈 것인가 하는 부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정리가 되면, 이 결론을 가지고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투표하는 형식을 밟았다. 만일 국회의원의 독립적 지위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이런 논의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협상의 결론에 입각해 누구를 뽑아야 한다는 오더를 받은 상태에서 하는 무기명 투표는 그야말로 의원들의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국회의장을 원내 제1당이 가져가든 아니면 여당이 가져가든 국회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규정은 상임위원장 선정에도 필요하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상임위원장 자리 중의 하나가 바로 법사위인데, 이는 법사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른바 ‘국회 내의 견제 기능’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사위원장은 일반적으로 국회의장이 소속했던 정당과는 다른 정당이 맡는 것이 관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법사위원장과 같은 상임위원장 역시 국회법은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41조 2항에는 “상임위원장은 제48조 제1항 내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된 당해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선거의 예에 준하여 국회의 회의(이하 “본회의”라 한다)에서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 ‘관례’를 보면 이미 어떤 정당이 어떤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간다는 식으로 합의한 상태에서 ‘위원장 선거’를 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말만 선거이지 사실상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럴 바엔 상임위원장 ‘선출’도 아예 어떤 상임위는 여당 혹은 원내 제1당이 가져간다는 식으로 명기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국회법을 개정하면 지금처럼 개원 초기부터 법을 어기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법정시한을 어기는 것이 거의 일상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국회를 정신 차리게 만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 선진화법이 생기니까 그나마 새해 예산안을 기한 내에 처리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어쨌든 이번 국회 역시 과거 국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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