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국 고립 자초할 ‘트럼프 대통령’

입력 2016-05-09 10:34 수정 2016-05-0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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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팀장

‘트럼프 대통령’,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에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지명이 확실해지면서 초조해지는 나라가 여럿 있다. 특히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그렇고, 일본이 그렇다.

“왜 100%가 아닌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미군 주둔 경비의 전액 부담을 표명한 트럼프 발언의 파장은 꽤 컸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표방하는 트럼프의 ‘안보 무임 승차론’은 한국과 일본이 표적이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한·일 양국이 미군 주둔 비용 전액을 부담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이를 빌미로 핵 보유까지 용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한·일 각각의 미국과의 동맹은 공동화될 것임이 뻔하다. 미국 없이 한국의 자주 국방이 가능한가.

‘트럼프 현상’을 논할 때 인종 갈등을 부추기고, 빈부 격차 확대에 불만을 가진 소외계층을 끌어들이는 정치 꼼수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게 아웃사이더로 치부됐던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까지 끌어올린 비결일까.

“미국은 채무국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력 저하를 솔직히 인정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슬로건 하에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대중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한 시사지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와 중동 동맹국 등에 대해 “안보 무임승차”라 비판하고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의 국력 저하를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붐’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민의 고립주의 성향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본선에서 트럼프를 누르고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이 같은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는 미군 주둔 분담금으로 9320억원(2015년 기준·국회 예산정책처)을 낸다고 한다. 일본은 매년 1900억 엔(약 2조543억원·니혼게이자이 신문)을 지출한다. 이는 전체 경비의 20%가 넘는 수준. 이에 대해 아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까. 트럼프의 “왜 100%가 아닌가”라는 말에 미국민이 열광하는 걸 보면,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부족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가 넘는 나라는 4개국밖에 없다고 한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핵무장만이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은 아닐 것이다. 국방에 있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끼리 손을 잡고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일본 측은 트럼프의 미군 주둔 경비의 전액 부담에 대해 이미 “노(No!)”라고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본은 핵무장 역시 부정했다. 되레 “미·일 안보조약을 읽은 적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트럼프는 동맹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통쳤다. 그러면서 “주일 미군은 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왜 100%가 아닌가”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답변은 무엇인가.

트럼프 현상은 현재 영화관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떠올리게 한다. (예비관객에는 죄송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70년간 냉동인간 상태에 있다가 깨어난 미국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가 자신과 유일한 동병상련인 윈터 솔저 버키 반즈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 팀을 배신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이는 나름의 신념에 따른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팀이 분열되고 서로 심신에 큰 상처를 입는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다.

신념이란 그런 것이다. 한 번 어긋나면 전부를 분열시키고 스스로의 고립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은 11월. 아직 선택의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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