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파병을 다녀온 뒤 정신질환을 앓은 예비역 중령이 국가유공자로 지정해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10단독 김정철 판사는 전모(56)씨가 서울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전씨는 2004년 2월~2005년 7월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으로 파견돼 근무했다. 전씨는 이라크에 파견된 한국 군대인 자이툰부대와 서희·제마부대 이동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 등을 맡았다. 전씨는 당시 무장단체에 참수된 김선일씨 시신을 운반하는 등 사고 뒷수습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전씨는 5년 뒤인 2010년 국군수도병원에서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우울증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았다.
김 판사는 “전씨의 병이 국가유공자 기준인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에 입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라크에서 부대 이동계획을 수립하고 테러조직 정보를 수집한 것은 국가수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판사는 또 전씨의 직무가 국가유공자 기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전씨의 정신질환과의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고 봤다. 김 판사는 “실제 사고를 당하거나 외력에 의한 머리 손상을 입지 않았고 귀국한 뒤에도 2007년까지 평균평정 A등급을 받았다”면서 “귀국한 지 5년이 지난 2010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선고가 난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위에서 강제로 차출돼 파견 명령받은 지 1개월 만에 이라크로 떠났다”며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김선일씨 시신을 수습했고 수시로 옆에서 자살폭탄이 터지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총 들고 싸우는 것만이 국가수호냐”며 “재판부에서 정보병(정보 수집 등을 담당하는 군인)의 업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