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경제난의 근원을 찾아서

입력 2016-04-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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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국내경기가 추락하기 시작했던 2008년에 가장 이상하게 변동한 경제변수는 환율이었다. 경상수지가 매년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므로, 그만큼의 외환이 국내시장이 초과 공급되고 있었으므로 환율은 하락하는 게 정상이었다. 실제로도 2001년 말에 1326원을 기록했던 환율은 꾸준히 하락해 2007년 하반기에는 900원선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2008년에 들어선 뒤에는 환율이 줄기차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만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이라는 꿈같은 공약을 내세워 집권한 이명박 정권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을 증가시켜야 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환율을 상승시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환율을 상승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1월 말 937원이던 환율이 3월 말에는 992원을 기록하며 불과 두 달 사이에 5.9% 상승했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되면 연간 상승률은 40%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달러 가치가 짧은 기간에 빠르게 상승한 셈이었다. 다른 경제변수와 마찬가지로 환율 역시 따라 관성을 갖기 마련이어서 이런 추세는 상당 기간 지속되곤 한다. 실제로 환율은 5월 말에 1000원을 돌파했고, 9월에는 1100원까지 올랐으며, 그 뒤로도 줄기차게 상승했다.

그 덕분에 수출은 비록 일시적이지만 증가했다. 1월에 15%였던 수출 증가율이 2월과 3월에는 각각 18%로 상승했고, 4월엔 20%를 넘겼으며, 7월에는 35%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수출업체는 이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게 됐으므로 더욱더 수출에 매진했던 것이다. 물론 국내경기가 부진해져 수출에 힘을 쏟은 것도 한 원인이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수출이 크게 증가했으므로 경기는 살아나야 마땅했고, 성장률은 이명박 정권이 공약한 것처럼 7%대로 올라가는 게 당연해 보였다. 1990년대까지는 수출 증가율이 10%만 넘어도 성장률은 8%를 넘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과연 경기가 살아났을까? 아니다. 경기는 오히려 하강으로 돌아섰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인 2007년 4분기의 성장률(연율)은 6.8%였는데, 2008년 1분기에 3.9%로 떨어졌고, 2분기에는 1.4%로 더 떨어졌다. 당시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나빴던 것도 아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지만 2008년 상반기의 성장률은 전년도 4분기보다 더 높았다. 일본이나 유럽도 2008년 초반까지는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은 해외경제 여건이 국내경기에 끼친 영향이 제한적이었음을 증명한다.

불행하게도 국내경기의 하강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3분기에는 성장률이 0.7%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해 무려 -17.3%를 기록했다. 만약 이 추세가 1년 동안 지속됐더라면 국내총생산의 6분의 1 이상이 한 해에 사라질 판이었다. 외환위기 같은 경제파국이 닥쳤을 경우에나 일어날 법한 급속한 경기하강이 이때 발생했다. 그럼 무엇이 국내경기를 이처럼 빠르게 하강시켰을까?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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