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⑧] 백원구 6대 증권감독원장

입력 2016-04-05 10:12 수정 2016-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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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지라시’ 단호하게 대처…감독기관 위상 정립

고(故)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은 이 기관의 위상 정립과 함께, 조직의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수뢰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 엇갈린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임명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백 전 원장은 1994년 5월 재무부 차관에서 물러나자마자 증감원장에 내정됐다. 당시 그의 전임이었던 박종석 전 원장은 “홍재형 재무부 장관으로부터 사전에 양해를 받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증감원 직원들 역시 “아무런 사유 없이 원장이 교체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이 때문에 백 전 원장의 취임은 50여일 동안 보류됐다. 그는 1994년 7월 8일 돼서야 취임했다. 당시 재무부가 증감원의 인사를 쥐고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 전 원장은 취임 직후 기관의 위상 정립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는 당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증감원은 감독 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실명제 이후 금융 환경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감독 기법을 개발, 실명제의 비밀 보장제도 벽을 뛰어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실명제를 1993년 8월 12일 전 금융기관에 적용했다. 백 전 원장이 취임한 시기는 해당 제도가 도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때인 만큼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에 백 원장을 두고 금융실명제와 감독 기법의 조화를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는 취임 1년이 지난 1995년 8월 증권사 직원의 불공정 거래가 적발되면 면직 처분해 증권 업계에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게 했다. 과거에는 실명이 아닌 계좌로 불공정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단속이 어려웠다. 하지만 금융실명제가 실행된 만큼 처벌 기준을 더욱 강화해 불공정 거래를 차단하려 했던 것이다.

‘지라시’(증권가 정보지)와 관련한 제재를 처음 마련한 것도 백 전 원장이다. 그는 악성 소문 유포를 방지하고자 증권사 직원이 소문의 출처나 제공자를 밝히지 못하면 부당 권유행위로 처벌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는 구두로 전해지는 지라시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백 전 원장의 업무를 평가할 때 그의 구속을 빼놓을 수는 없다. 1996년 6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당시 부장 안강민 검사장)는 주식상장 및 기업합병과 관련 10개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혐의로 백 전 원장을 전격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원장은 유양정보통신, 신진피혁 등에서 1994년 10월~1996년 3월 동안 1억1000만원을 받았다. 현직 증감원장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었기에 업계에 미치는 파문은 컸다.

당시 언론과 시민단체는 ‘증감원의 구조적 비리가 드러났다’며 개혁을 촉구했다. 기업공개는 물론 기업의 합병 비율 승인 등 자본시장 전 분야에서 증감원의 권한이 비대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사건은 금융 감독기관 통합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는 결이 다른 평가도 있다. 검찰의 당시 백 전 원장 조사는 정권의 감독기관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다. 당시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장을 비리 혐의로 잇따라 구속한데 이어 백 전 원장를 구속 기소했다.

1심 판결도 속전속결이었다. 1996년 8월 서울지법 형사합의 23부는 백 전 원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죄를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추징금 8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의 공판이 지속됐던 것은 아니다.

1998년 3월 백 전 원장은 정부의 특별사면에서 형선고실효와 복권 조처를 받았다. 당시 그와 함께 복권 조처를 받은 고위 공직자는 백 전 원장과 같은 시기에 기소된 정재호 전 공정위 정책국장이다. 정부가 금융당국 통합 추진을 수월하게 하려고 관계 당국 길들이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유추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감원 출신 관계자는 “돈이 오가는 비리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장관급이 구속 기소된 것에 비하면 사건이 흐지부지 얼버무려졌다”며 “이 때문에 백 전 원장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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