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옵션쇼크] ‘차익거래-시세조종’ 전문가도 구분 난항

입력 2016-03-24 14:33 수정 2016-03-2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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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형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다룬 두 영화가 있습니다. ‘마진콜’이라는 영화에서는 쓰레기를 좋은 상품인 것처럼 팔아치워요. 이건 사기거든요. 하지만 ‘빅쇼트’는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도 몰랐다, 착오였다고 합니다. 두 영화에서 거래를 한 건 똑같은데, 판사는 과연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거래를 했는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형우(36ㆍ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도이치 사태 민ㆍ형사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여정을 영화에 빗대 설명했다. 합법적인 지수차익거래인지, 불법적인 시세조종행위인지 구별하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5년간 심리가 진행되면서 도이치 사건을 거쳐간 판사만 20여 명이고, 담당 검사도 4∼5번 바뀌었다. 민사사건 소송대리와 형사사건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에 참여한 김 변호사는 “언론의 관심은 3개월 정도 지나자 그쳤고, 외로운 싸움이 계속됐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애초에 시장이 불완전하고 참여자가 미숙한 데다 규제가 미비해 불거진 문제였다는 게 김 변호사의 인식이다. 김 변호사의 표현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던 사건이었다.

김 변호사는 그래서 “재판부가 주범과 분리해서 선고한다고 했을 때 불안했다”고 말했다. 영국 국적의 주범이 해외로 빠져나간 이상 국내에 남은 공범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다행히 결과는 실형 선고였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상무인 데렉 옹과 도이치증권의 박모 상무가 주고받은 대화 내역과 녹취록 등을 토대로 ‘시세조종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민사사건 역시 쉽지는 않았다. 정보가 불균형한 상황에서 소송을 준비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시세조종행위가 없었더라면 장 마감 당시 형성됐을 정상주가지수를 산정하기 위해 여러 기관의 감정을 거쳤다.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는 미국이었다면 양 당사자가 소송 전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공유하고, 금융기관의 내부정보를 보호하는 선에서 조기에 합의(조정)하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유사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1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금융사고를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에 대한 대가이자 필수적인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사후적으로라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김 변호사는 잇따라 선고된 민ㆍ형사 판결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번 형사 판결로 대형 금융기관들이 지수차익거래로 인한 영향력을 시세조종에 악용하려는 유인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사 판결에 대해서는 “과실상계 없이 손해액 전부를 인정받은 점이 눈여겨볼 부분으로, 가능한 한 최대로 받아냈다”고 자평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또 벌어질지도 모를 금융사고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이미 5∼10년 전 외국에서 실패한 투자기법들을 한국에 들여와 키코 사태, 도이치 사태 등이 발생했다”며 “예측 가능성이 생긴 만큼 예전처럼 금융 집단소송이 빗발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풍부해진 만큼 앞으로는 몰랐다는 항변이 사기가 아닌 이상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지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김형우 변호사는

△2002년 제37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 △2002∼2003년 삼일회계법인 FAS 본부 근무 △2006년 제48회 사법시험 합격 △2011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2011∼2015년 KIKO 통화옵션 민ㆍ형사소송 피해자 측 대리 △2012∼2015년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민사소송 피해자 측 대리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손배소 피고 측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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