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⑦] 정부의 시장 개입 시발점 ‘증안기금’

입력 2016-03-22 10:35 수정 2016-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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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사면 큰손 팔자…투기 세력에 휘둘린 ‘1차 기금’

박종석 전 증권감독원장이 증감위 업무를 시작한 시기는 88올림픽으로 부풀었던 증시 바람이 급격히 빠져나가던 1990년 4월이었다. 박 전 원장은 부임 직후 당시 정영의 재무부장관, 이용만 은행감독원장, 박상은 보험감독원장 등과 만나 증시 회생대책을 긴급 협의해야 했다.

이를 통해 그해 5월 1차 증시안정기금이 조성됐다. 당시 조성된 4조8000억원의 기금 중 2조원은 증권업계가 증권금융에서 차입해 마련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지수를 떠받치지 못하면 증권사의 재무구조도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증안기금은 실패했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1차 증안기금은 1990년 5월~7월 동안 9700억원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증안기금은 하루 평균 400억원 규모의 160~170개의 종목을 사들였지만 주가 부양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1990년 5월 8일 796.58이었던 종합주가지수는 같은 해 7월 10일 718.75로 77.83포인트(9.7%) 하락했다.

정부 당국자들의 전문성 부족이 증안기금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1차 증안기금은 7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마련해 놓은 매입 지침을 따랐다. 당시 증안기금 사무국에서는 지침에 따라 기계적으로 ‘사자’ 주문을 냈다. 투자 전문가가 아닌 증권업협회 직원이 증안기금의 운용을 맡은 것이다.

이 때문에 증시 ‘큰손’들은 증안기금의 그날 중점 매수 종목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큰손들은 증안기금의 사자 주문에 맞춰 ‘팔자’ 주문을 냈다. 증안기금이 증시 안정보다는 일부 투자자의 투기에 활용됐던 셈이다.

증안기금이 증시를 왜곡시켰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으로 은행권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등 1994년 초부터 증시가 다시 과열국면에 들어서자 정부는 증안기금을 매도 위주로 운용했다. 당시 정부의 논리는 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증시가 활황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증안기금의 보유량이 적은 종목은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빈번했다. 증안기금이 시장에 개입한 날에는 주가가 크게 내리고 이튿날 다시 반등하는 널뛰기 장세도 반복됐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안정성을 해친 셈이다.

박 원장은 뒤늦게 증권사들에 증안기금의 보유주식 현황과 매각예상 종목 등을 회사 밖으로 돌리지 말도록 당부했다. 따르지 않는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증안기금이 보유주식을 매각할 때 매도주문을 내지 않겠다고 사실상 엄포를 놨다.

이러한 부작용을 학습해 2003년과 2008년 다시 조성된 증안펀드는 운용 전문성이 높아지고 매수 종목이 사전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1차 때보다 부작용이 적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코스피 지수가 크게 떨어지면 증안펀드를 다시 조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1800 밑돌지 않는 한 증안펀드가 조성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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