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호인(辯護人)

입력 2016-03-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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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경제부 기자

2013년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은 1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변호사는 80년대 국가 공권력에 의해 간첩으로 몰린 무기력한 개인이 법정에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흥행할 즈음에 국가정보원의 간첩증거 조작 사실이 밝혀졌다. 국정원은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이었던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유 씨의 친여동생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가짜 출입국 기록을 만들었다. 이 사실을 밝혀낸 것도 변호인들이었다. 불과 3년 전 일이다.

지난달 24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새누리당에 '테러방지법' 찬성의견서를 전달했다. 이 문서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의견을 희석하는 용도로 활용됐고, 결국 법안은 통과됐다.

A4용지 6쪽 분량의 이 의견서를 여러 번 읽었다. '변호인'이라는 말의 뜻처럼 칼이 아닌 방패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영장주의를 완화하는 법안에 찬성한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비전문가의 눈에도 법률가의 의견서로 보기 어려울 만큼 논리가 빈약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대학생이 써도 이보다 나을 것 같다', '의견서가 아니라 지지선언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많은 변호사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시기에 의견서가 나온 경위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변협은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낼 경우 내부 기관인 법제위원회 검토를 거치지만, 이번에는 절차를 생략했다.

논란이 거세자 하창우 협회장은 최근 "회원들의 중지를 모으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건 작성 경위나, 절차를 생략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협회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법제위원회 의견이 협회장의 의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장은 선거로 뽑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개인에게 '죄가 없음'을 증명하라고 하는 일이 있었다. 그 때마다 변호사들은 부당함에 맞서 싸웠고, 우리 사회의 인권 보호자로서 신뢰를 얻었다. 이번에는 그 '변호인'들이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변협이 찬성한 법은 국가가 개인을 의심하는 수준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 협회가 회원들의 의구심이 부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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