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개봉할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귀향’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라섰다. 개봉 15일간의 성적은 누적 관객 수 150만명. 장기 흥행에 돌입하기 충분한 수치다.
‘주토피아’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주토피아에서 일어난 의문의 연쇄 실종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와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의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지만 동물의 특성을 살려낸 캐릭터 활용이 돋보이며 똑 부러지는 성격의 경찰관 토끼와 잔꾀 많고 상황 판단이 빠른 사기꾼 여우를 통해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김상호 영화평론가는 “주토피아는 마블스튜디오의 신작 ‘데드풀’,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담은 ‘동주’ 등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흥행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역대 애니메이션 개봉작 중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은 ‘겨울왕국(2014)’이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 1000만 관객을 넘으며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겨울왕국’의 흥행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 보는 것”이란 사회적 통념을 깼기 때문이다. ‘겨울왕국’의 흥행을 주도한 2030 성인 관객은 물론, 어린 자녀를 포함한 가족 관객과 4050 중장년층 관객까지 그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재관람 열풍이 ‘겨울왕국’ 1000만 돌파의 큰 흥행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1년 개봉한 ‘마당을 나온 암탉’은 2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2012년 EBS 다큐멘터리를 토대로 만들어진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는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고, TV 시리즈‘뽀롱뽀롱 뽀로로’의 극장 개봉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범주를 넓혔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흥행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향후 한류 열풍의 트렌드를 변화시킬 주역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는 한 해 1억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다양성은 아직 미약하다. 과거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세대별 선호도와 흥행 성적이 저변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