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자전거 타기와 기업 경영

입력 2016-02-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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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영하의 날씨가 매서운 겨울 시즌이지만, 요즘에도 방한복을 갖춰 입고 바람을 가르는 자전거족이 눈에 띈다. 어느덧 우리나라 자전거 인구가 1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는 통계가 있는 걸 보면, 자전거 라이딩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중화한 취미로 자리 잡은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그런데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한 노하우를 보고 있으면 좋은 기업의 경영 노하우, 오래 가는 장수기업을 만들기 위한 방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자전거를 선택할 때는 타려는 사람의 신체 조건에 적합한 안장과 페달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창업을 해야 기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통한다. 또 중심을 잡고 자전거를 타려면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는 힘들고 어려울수록 그 분야에 집중해 연구ㆍ개발(R&D)과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가끔 실수로 넘어지는 것쯤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팁은 경영을 하다 겪는 시행착오나 실패를 피하지 말라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말인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통하는 이야기는 바로 ‘천천히 굴리면 넘어지기 쉬우니, 앞으로 나가려면 주저하지 말고 조금 빠르게 페달을 힘껏 굴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잠깐 쉬거나 진화를 멈추기라도 한다면 그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는 점을 비유하는 말 같아서다.

실제로 체질 개선과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비결을 들여다보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멈추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캐시카우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적절한 변신을 거듭해 미래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주도해 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기업들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다. 때로는 잘나가는 사업 분야를 정리하거나 적극적 인수ㆍ합병(M&A)에 나서기도 하고, 이종 분야에 진출하거나 경쟁자와 협업하는 등 영역을 넘나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자전거에 비유하자면 체형이 변해서 그동안 익숙했던 안장이나 핸들을 바꿔 달거나 아예 배터리를 달아 전기자전거로 바꾸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1878년 전기조명 회사로 출발해 창업한 지 130년이 훌쩍 넘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근 변신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업 공룡 GE가 지난해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ㆍ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기계가 연결되고 소통하는 스마트 팩토리 시대에 지능형 전력망 구축, 공정 효율화 솔루션 등에 집중 투자해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GE는 이미 3년 전 NBC유니버설을 매각해 방송사업을 정리했고, 주력 분야였던 가전사업부마저도 중국 하이얼에 넘겨줬다. 덩치 큰 기업답지 않게 민첩한 의사결정이 돋보인다.

일본 후지필름도 과감한 체질 개선으로 성공한 사례다. 회사 이름에 ‘필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정작 이 회사가 필름사업 부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매출은 전체의 1% 남짓이다. 대신 2000년대 중반 이후 기능성 화장품 개발, 제약회사 인수·합병 등을 통해 헬스케어사업 부문을 확장해 갔다. 덕분에 현재 후지필름 매출에서 바이오·헬스케어사업 부문의 비중은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필름 회사가 아니라 바이오 회사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바이오 의약품 생산 전문기업 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것도, LG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 나서는 것도 기존 사업(휴대폰, 생활가전)을 대체할 신수종 사업 발굴의 일환인 셈이다.

대외 수출 환경이 좋지 않다 보니 요즘 ‘생존 우선’에 목적을 두고 힘겹게 경영 활동을 이어가는 기업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사들의 평균 수명이 33년에 불과하다고 하니,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미래 가치에 투자해야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페달을 굴려야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멀리 내다보고 변신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오래 살아남아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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