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저유가시대] 산업별 희비 엇갈려… 추가 하락에 촉각

입력 2016-01-13 13:13 수정 2016-01-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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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3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연초부터 가파르게 떨어지자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건설과 조선 등이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유화와 자동차, 철강, 전자 등은 추가 하락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추가 하락 여부에 따라 매출 및 제품 수요 감소가 예상돼서다. 반면 항공·해운 등은 비용 절감에 저유가를 반기고 있다.

◇조선·건설, 저유가 직격탄=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조선과 건설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산유국 발주처들이 저유가 때문에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 달러로 전년(660억 달러) 대비 70% 수준에 그쳤다. 우리 해외건설은 2010년 이후 매년 500억 달러 이상의 수주를 기록해 왔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5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491억48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지난해 중동지역에서의 수주액은 165억 달러로 전년(313억5000만 달러)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저유가로 중동 산유국 발주처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발주 자체를 연기한 게 해외건설 수주 급감으로 이어졌다.

중동 수주 감소로 작년 우리 기업들의 플랜트 수주액은 264억9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60%에 이르는 규모지만 전년도 플랜트 수주액 517억2000만 달러(전체 수주액 대비 78.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더군다나 국제 유가 하락 기조는 올해 상반기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건설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수요 둔화 지속으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다 올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려 이란까지 국제 석유시장에 가세하면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해외 업체들은 해양플랜트 발주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PDC)이 드릴십 건조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한 데 따른 대손충당금 설정으로 작년 3분기 100억원의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가 반잠수식 시추선 1기 발주를 취소하면서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6784억원에서 8976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및 LNG선 발주가 작년 하반기 들어 둔화되는 양상이다. 머스크를 포함한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컨테이너선 과잉공급으로 운임 하락이 심화하자 추가 컨테이너선 발주를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LNG선 역시 지난해 발주물량 때문에 선박 과잉 공급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다.

◇자동차·철강, 수출 줄어들까 전전긍긍= 자동차와 전자 업계는 수출 및 제품 수요가 줄어들까 전전긍긍이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이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자동차 수요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북미지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인 중동지역의 정세가 안갯속에 빠지면 해외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에서 중동지역 자동차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정세 불안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앞서 중동 자동차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 물량도 2010년 58만대 수준에서 2014년 62만대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가 하락이 지속되고 시리아 내전과 테러 등으로 정정 불안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수출 물량이 다시 60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자업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지만 중동 시장에서의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중동 일부 국가에서 시장점유율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등 비중이 큰 편이다. 저유가 지속으로 중동 시장이 위축되면 가전 시장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철강업계의 앞날도 그리 밝지가 않다. 유가 하락 요인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라는 점에서 보면 부정적일 것으로 해석된다. 신흥국들이 경제 성장에 맞춰 사회인프라 건설에 나서야 철강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오일머니에 의존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가격 하락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져 조선·건설 투자를 줄이면 자연히 철근, H형강, 파이프 등의 철강재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유화업계, 추가 낙폭에 촉각= 유화업계는 지난해 ‘저유가=실적악화’라는 공식을 깨트리고 영업이익을 개선시키면서 축배를 들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확대되면서 수익을 낸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달러대로 진입하게 된다면 정유ㆍ석유화학 업계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 추가적인 유가 낙폭은 재고평가손실 규모를 더 키우기 때문이다.

재고평가손실이란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 석유제품 등 재고자산에 대해 취득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더 낮아지면서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손실을 말한다. 시장 가격인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 규모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정유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제품이 공급과잉 상황을 나타내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과잉공급, 경기침체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면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두 업계가 올해와 같이 정제마진 확대 효과를 지속적으로 볼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표적인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의 경우, 지난 2013년 전 세계 생산능력은 1억5750만톤이었으나 수요는 1억2960만톤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역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틸렌 공급량은 1억9010만톤에 이르나 수요는 1억5890만톤에 그쳤다. 또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등에 대한 중국 자급률은 지난 2010년 64.9%에서 지난해 79.1%로 급증했다.

◇항공·해운, 저유가 반겨= 항공과 해운업계는 저유가 시대를 반기고 있다. 유류비 절감과 소비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항공업계는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약 30%)이 워낙 높아 유가 하락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내려가면 최대 3200만 달러(약 378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유가 하락에 따른 영업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간 약 3200만 배럴의 유류를 소모하는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 덕분에 2014년 3분기 전체 영업 비용 대비 36%에 달했던 유류비 비중이 작년 3분기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저유가로 인한 연료유류비 효과로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8%가량 감소한 셈이다.

해운업계 역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유가 하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운용비를 줄일 수 있다. 전체 운영 비용 중 20%에 달하는 유류비가 유가 하락 영향으로 15%대까지 떨어졌다. 한진해운은 작년 3분기 연료비가 전년 대비 3분의 2로 줄었으며 현대상선 역시 2014년 1분기에서 3분기까지 7725억원의 유류비가 지출된 반면 작년 같은 기간에는 4832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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