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감한 원숭이는 어디 있을까

입력 2015-12-22 10:50 수정 2015-12-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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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람 금융시장부 기자

은행권의 보신주의는 이미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다. 보신주의는 어떤 일에 나서지 않고 현 상태 유지에만 만족하고자 하는 태도를 말한다.

최근 취재 도중 은행원들에게 보신주의 유전자가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 있는가를 겪은 일이 있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는 올 초부터 관심 있게 취재해 온 분야였다.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비대면 본인인증 허용 등 핀테크와 관련된 많은 금융개혁이 이뤄졌다.

그런데도 일선에선 아직 핀테크 사업을 가로막는 법과 규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간선도로를 깔았다면, 앞으로 실무자들의 불편을 덜어 줄 수 있는 지선도로를 까는 작업이 남았다는 얘기다.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를 보면 이를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앞으로 핀테크 활성화 방안의 핵심이다.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선 금융회사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핀테크 사업의 장애물이 뭔지 듣기 위해서 각 은행 담당자들에게 개선이 필요한 제도나 규제에 대해 물었다. 물론 익명을 전제했지만, 담당자들은 조심스러워했다.

수차례의 설득 작업으로 은행들의 협조를 얻어 취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몇몇 은행 담당자들은 끝내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은행권 보신주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담당자가 아무리 설득해도 답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한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이 원래 이렇게 조심스럽고 만에 하나 신변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읽은 책에서 알게 된 이야기다. 원숭이 우리의 나무에 바나나를 올려놓고 먹으려고 할 때마다 물을 끼얹으면 어떤 원숭이도 바나나를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 장치’를 제거해도 이 기간은 오래 지속된다. 그러다 새로 온 용감한 원숭이가 늙은 원숭이들의 반대에도 바나나를 먹기 시작하면 이 금기가 깨진다.

은행에도 이런 용감한 직원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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