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니줌업]쌍용건설

입력 2007-04-30 08:15 수정 2007-05-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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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지주' 건설회사 1호 기대...창사 30주년 새모습 갖추고 비상 준비

지난 1977년 창립, '而立'에 들어선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으로 촉발된 제반 M&A 과정을 올해 완전히 '탈피’할 예정이다. 올 6월로 예정된 최종 매각 협상에서 회사 임직원이 열망하던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가 갖춰질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쌍용건설은 이제 완전한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쁨이 만연해지고 있는 상태다.

30년이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을 보낸 쌍용건설이지만 이 회사는 말 그대로 '영욕'을 거듭해 온 회사다. 쌍용건설은 한 때 동남아 일대 고급 건축물 수주를 도맡아 회사가 내세우는 모토 그대로 '해외 고급 건축 시공 1위'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지난 98년 시작된 IMF 외환위기는 회사는 물론 모그룹까지 해체 과정에 들어간 비운의 회사로 전락했다.

◆워크아웃, 회사의 '근성'을 되살리다

지난 98년 11월은 쌍용건설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순간이었다. 그 해만 하더라도 최대 진출국인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수상을 받는 등 기치를 올리던 쌍용건설이 하루 아침에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이다.

그 때부터 2년 간은 쌍용건설에 있어서 최고의 수난 시기다. 전 임직원은 50% 삭감된 급여를 받아야 했고,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 '스윗닷홈'과 주상복합 브랜드 '플래티넘'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이렇다할 사업도 추진하지 못하는 등 워크아웃 기업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던 바 있다.

하지만 쌍용건설에게 이 기간은 오히려 모그룹의 후광 아래 편안히 사업을 한 탓에 생겨났던 매너리즘을 타파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쌍용양회를 모체로 출범한 쌍용그룹은 故김성곤 회장 이후 국내 재계를 쥐락펴락했던 대형 그룹이었던 만큼 쌍용건설은 '나약한 엘리트' 기질이 적잖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회사가 추진한 건설사업의 절반 이상을 '밀어줬던' 쌍용양회나, 쌍용자동차, 쌍용정유 등이 없어지고 독자 건설회사가 된 만큼 더 철저한 노력을 통해 그간 회사에 감돌던 '나약한 엘리트' 속성은 사라지고 소위 말하는 '내공'으로 닦여진 '근성'이 회사 임직원에 넓게 퍼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때였던 것이다.

30년 전통의 고급 건축의 기수 쌍용건설은 저력은 놀라웠다. 삭감된 급여에 적지 않은 인력이 회사를 빠져나갔지만 남아 있는 임직원은 무서운 저력을 발휘, 어려웠던 회사를 되살리기에 너나 없이 나섰다. 당시 대리로 회사를 지켰던 한 사원은 "연봉으로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은 급여를 받고 있었지만 회사 전직원이 어려운 회사를 살리겠다는 분위기가 강해 차마 내 연봉에 불만을 가질 시간조차 없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2001년 분양한 서울 종로구 주상복합 '경희궁의 아침'은 위기의 쌍용건설이 쏘아 올린 부활 신호탄이다. 당시로선 고급형 주상복합이란 새로운 상품은 다소 생소했던 상품. 하지만 이 주상복합은 도심 재개발의 첫 단추란 상승작용까지 앞세우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쌍용건설은 명예회복을 위해 강행군에 돌입한다. 지난 1984년부터 위탁 경영을 맡았던 남광토건이 인수 문제로 위기를 겪는 것을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했던 쌍용건설은 잇따라 수도권지역에 자사 브랜드 스윗닷홈을 분양하며 재기의 깃발을 높게 들었다.

워크아웃 기업에겐 '무덤'과도 같았던 강남지역 진출도 성공했다. 국내 '건설 종가'를 자처하고 있는 현대건설도 워크아웃 이후 강남에 발도 못 들여놓고 있는 실정. 하지만 쌍용건설은 워크아웃 전 수주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도곡주공1단지 재건축)에 이어 서초구 방배동 궁전아파트 리모델링을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에서 당당히 수주해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회사의 영락과 재기에 젊은 시절을 바쳤던 한 쌍용건설 직원은 "당시는 최고의 위기였던 동시에 회사의 저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었던 '질풍노도'의 시기였다"라며 "어쩌면 그랬던 만큼 회사의 숨겨졌던 역량을 우리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다가 올 수 있는 위기도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최초의 종업원 지주 회사 설립 '눈 앞'

2007년 4월은 쌍용건설의 매각협상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시기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국민연금-H&Q 사모투자펀드'와 재무적 투자자(FI : Financial Investor)로 제휴하는 MOU를 체결했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이미 캠코 지분 중 절반에 대해 우선 매수자격을 갖춘 투자자 그룹이다. 문제는 비용. 무려 380억원 선(4월초 현재)에 달하는 우선 매수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이 우리사주조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는 재무적 투자 제휴에 성공함으로써 마무리가 된 상태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에 따르면 재무적투자자는 ‘H&Q-국민연금 제 1호 사모펀드(PEF : Private Equity Fund)’ 및 펀드 출자기관들의 공동투자 컨소시엄이며, MOU 체결과 함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및 ‘종업원지주회사’를 위한 자금에 대한 배타적인 ‘출자의향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18.2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임원 보유지분 1.71%와 우회지분인 쌍용양회지분 6.13%을 합친 지분은 26.05%다. 여기에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캠코 등 주식매각협의회의 지분 24.72%를 합칠 경우 보유 지분은 총 50.77%로 국내 첫 종업원 지주 건설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쌍용건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에만 성공하면 어떤 이변도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지분 매집과정을 봐도 전략적 투자자가 캠코 등 매각 협상 주체가 가진 지분 중 우리사주조합이 매수한 24.72%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25.35%를 인수하고, 아울러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 투자자들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도 과반수를 얻지 못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만 하더라도 쌍용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대주건설 등 인수 희망업체들도 최근 들어선 거의 사라진 형국이다.

또 매각주체가 최대 지분 보유자를 배제하고 다른 대상을 찾아 매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쌍용건설에는 성립되지 않을 전망. 실제로 매각주체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지분 보유자를 배제하고 타 업체에게 매각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쌍용건설은 현 회사 정관상 기존 주요주주인 우리사주조합 등을 배제한 채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즉 지난 4월5일에 있었던 국민연금 PEF와 재무적 투자자 전략 제휴는 바로 길었던 매각 협상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인수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는 시각은 이르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매각 협상 주체인 캠코로선 가급적 공적 자금의 회수 확대를 위해 우리사주조합보다는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 따라서 쌍용건설과는 반대로 매각 주체에게 있어 우리사주조합의 재무적 투자자 선정은 '악재'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진행됐던 대우건설 인수의 경우 당초 예상됐던 대우건설 매각 가격은 5조원 대로 예측됐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프라임그룹, 유진기업 등 인수를 강력히 희망한 업체들이 난전을 벌이면서 최종적으로는 6조5천억원까지 매각 대금이 올라간 것이 가장 큰 예. 따라서 원가나, 이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는 매각 주체에 있어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캠코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 가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우선매수청구가격을 시장가격 보다 높게 부를 의사임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만은 않은 상태. 우선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어려웠던 시절부터 회사를 살려낸 공신이란 점에서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측은 과거에 회사 어려울때 직원들이 시세의 두배에 주식을 샀기 때문에 지금은 그 혜택을 입어서 적정한 가격에 싸아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고, 또 우리사주조합이란 방식이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점도 캠코로선 무시 못할 대목이다.

또 캠코 등 매각주체가 현대건설 인수에서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이 개입하는데 대해 '워크아웃 주범의 재인수'를 문제삼았던 것도 우리사주조합의 회사 인수시 쌍용건설 회장으로 재선임 될 김석준 회장에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김 회장은 이미 보유 지분을 모두 넘기고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5월부터 시작될 쌍용건설 인수과정은 일단 우리사주조합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게 우리사주조합의 의지다.

◆해외고급건축 시공 1위 명성 되찾는다

성공적인 인수합병 이후 쌍용건설의 위세는 더욱 당당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내 주택사업에서 쌍용건설은 삼성, GS, 대우 등 전통의 강자와 겨루기엔 다소 어렵다. 하지만 최근 국내 주택시장 냉각에 따라 건설업체의 새로운 루트로 탈바꿈한 해외건설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쌍용건설이 국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업체의 경우 주로 베트남이나 독립국가연합 소속인 중앙아시아 지역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 도상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쌍용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곳은 싱가폴 등 동남아 선진국이란 점에서 격차가 있다.

즉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서 우리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싱가포르에 진출했던 쌍용건설로선 재 진출하는데 아무런 난관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석준 현 쌍용건설 회장이 보유한 동남아 인맥이 바로 그 이유. 지난 1986년 싱가포르 웨스틴 스탬포드 호텔 - 래플즈 시티 복합건물 준공으로 시작된 쌍용건설은 지난해에도 싱가포르의 신도시인 '센토사'에 오션프론트 아파트를 분양함으로써 이 지역에서도 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때 시공능력평가 순위 7위까지 올랐던 바 있는 회사의 위상도 다시 조정하겠다는 게 쌍용건설의 의욕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3위로까지 쳐진 쌍용건설은 국내와 해외, 그리고 주택사업과 토목-건축 사업을 모두 재가동하며 다시금 '빅1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30년 전통에, 워크아웃 시기 길러진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강한 쌍용건설로 거듭났다"며 "이제 남은 것은 과거 잃었던 명성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며 강한 자심감을 밝혔다.

(사진설명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싱가폴 센토사코브 오션프론트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설계에 대해 설명을 받고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끝없는 학습, 수성보다 도전이 쌍용이 갈 길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소위 말하는 '재벌2세'다. 그런 만큼 김 회장의 건설 경영참여도 순탄했다. 故김성곤 회장의 차남인 김 회장은 형님인 전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현 쌍용양회 고문)의 뒤를 이어 쌍용건설의 회장으로 취임, "화려한 출발"을 했다.

김 회장은 겉보기부터 '건설사 CEO다운' 강인한 모습보다는 부드러운 모습의 전형적인 귀공자풍이다. '용장'과 '맹장'이라기 보다, '지장', '덕장'의 풍모를 지닌 사람이 바로 김석준 회장이다.

그런 김 회장에게 강인함을 실어준 계기도 바로 회사의 워크아웃이었다. 워크아웃 기간, 김 회장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며 모든 지분을 포기하는 백의종군을 선언하기도 하는 등 성장과정에서 겪지 못했던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김 회장은 과거의 부드러움에 강함까지 겸비한 건설사 CEO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에 있어 창업자와 다름 없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수의 2세들이 경영을 맡고 있는 회사들이 기존 회사의 역량에 기반한 수성에 나선다면 김 회장은 회사 이름만 물려받았을 뿐 직접 발로 뛰면서 쌍용건설을 다시금 일으켜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의 최대 진출국인 싱가포르에서 이같은 모습을 잘 나타난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최대 재벌가인 홍릉그룹 일가와 '브라더'라는 칭호를 나누는 격의없는 사이다. 바로 이같은 인맥이 현재 동남아 최대 부국 싱가포르에서 쌍용건설이 한국 최고 건설업체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다.

지난 3월16일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로 재선임됐다. 지난해 3월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른바 백의종군 선언 후 정확히 1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한 셈이다. 이에 대해 쌍용건설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마치고 도약을 준비하는 쌍용건설로선 김 회장님의 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일부 기업에서 오너가 실형 선고 후 잠시 휴지기를 두다가 경영에 복귀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끝없는 배움을 내세운다. 최근 김 회장은 업계 최초로 '롯폰기 힐스'등 일본 도심재개발 벤치마킹에 나섰다. 특히 이번 김 회장의 출정은 김병호 사장 등 임원진과 함께 한 것이기에 업계의 놀라움은 더 컸다. 즉 그간 '앉아서 할 수 있었던' 주택사업이 위축된 만큼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 절실히 필요한 회사의 현실을 볼 때 배움 만이 살 길이란 게 김 회장의 철학인 것이다.

종업원 지주 회사 전환 이후에도 김 회장은 끝없는 도전에 나설 작정이다. 더 이상 쌍용건설은 수성만 해도 됐던 그룹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매사에 도전하고 그 속에서 쌍용의 앞길을 건설하는 것. 그 것이 바로 김 회장에게 주어진 소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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