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지방청장 '퇴임의 辯'으로 내홍

입력 2007-04-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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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지방청장, 본인 의사 관계없이 작성된 사직서 수리 항변

국세청이 고위직 명예퇴직과 관련 검찰 수사까지 동원 했다는 내부 지적이 나와 인사문제를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국세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부청장으로 재임했던 K모 청장(1급)이 명퇴과정에서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자신의 인사문제에 대해 국세청장을 비롯해 그동안 인사관행에 대한 비난의 글을 올려 국세청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K모 청장은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국세청장이 명퇴를 요청하면 예전에는 관행상 물러났지만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내세우는 명분 없는 명퇴기준 ▲직원들의 패배의식 우려 등의 이유로 명퇴 요청에 대해 거절했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국세청장 보다 기수가 앞서는 경우 ▲그 해 명퇴 연령이 된 경우 ▲능력부족으로 후배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한 경우 등이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지만 자신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명퇴 이유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부하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받게 했다”며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통보로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30년간 몸담아 왔던 정든 국세청을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떠난다”며 “지난해 6월 국세청 본청 총무과장이 형식적인 사직서라며 제출하라고 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본인 의사와 상관 없는 사직서가 수리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유로 퇴임식도 하지 않고 정든 국세청을 떠나게 돼 1만8000여 국세청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은 이같은 글은 인트라넷에서 조회수 1000건을 기록했으며 1시간만에 글이 삭제돼 국세청 내부에서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발췌문

존경하는 1만 8천 국세가족 여러분에게 작별의 인사를 드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먼저 그간 저로 인해 1만 8천 국세가족에게 불편과 걱정을 끼친데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세청과 인연을 맺어 인생의 승부를 걸게 해 준 운명의 여신에게 충심으로 감사드리며, 국세청과의 만남은 저에게는 행운이었으며 축복이었습니다.

국세청은 제 인생을 강건하게 담금질해 주는 풀무였고 온갖 고난을 용해하여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용광로였습니다.

존경하는 1만 8천 국세가족에게 작별의 인사를 드리는 이 지면을 빌어 그간의 사정을 공개하여 궁금증을 풀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선배님들은 국세청장이 명퇴를 요청하면 다소 불만이 있어도 응해 준 것이 관행이라 하면서 저에게도 그런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사유 때문에 거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첫째는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납득되지 않는 새로운 명분과 기준을 만들어 유능한 국세청 간부를 퇴출시킨다면 후배들의 신분보장은 어려워질 것이며 국세청 조직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명분과 기준으로 명퇴를 강요받는다면 그 누구가 국세청을 위해 열정을 바치려 하겠습니까? 또한 나만의 예외라고 그 누구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 제 자신이 국세청을 위해 열정을 바치는 데 앞장서 왔으며 소속 직원들에게는 평소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주인정신을 가지고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최고위직까지 갈 수 있다고 교육을 시켜왔습니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명분과 기준에 의해 제가 명퇴했을 때 열심히 노력하는 직원들에게 “일과 보상은 별개구나”하는 패배의식을 심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명퇴권유에는 나름대로 명분과 기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본청장 보다 기수가 앞설 경우

둘째, 그해에 명퇴연령이 된 경우

셋째, 능력부족으로 후배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한 경우였습니다.

최근 여기에다 본청장과 같은 기수가 동반 명퇴하였고, 또한 차장보다 앞기수인 경우에도 명퇴한 사례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 첫째, 둘째, 셋째 그리고 새 명분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지방청장을 두 번 거쳤다고 주장하시는 견해에 대해서는 부산청장은 5개월 20일 재임한 단기였습니다.

저는 지방청장을 권한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막중한 책무를 지는 자리라 생각하여 영일없이 업무시스템을 개선하고 소속직원의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데 혼신을 다하였습니다.

지방청장으로 있으면서 제가 한 일은 부산청과 중부청의 직원을 대상으로 확인하면 백일하에 들어날 것입니다.

성과와 보상이 일치하는 인사문화를 만들어야 세계에 우뚝 서는 초일류 국세청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대가 되면 누가 열정을 바쳐 국세청을 위해 헌신하겠습니까.

저의 행동이 윗사람의 뜻을 거역하여 일사불란한 국세청 전통을 깨뜨릴까봐 국세청을 아끼고 염려하는 선배, 후배님께 한 없는 불안과 근심을 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문화와 전통으로는 국제화 개방화 시대, 무한경쟁시대. 디지털정보화시대에는 초일류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

<중략>

이것은 가정입니다만, 만약 다음 정부에서 외부 국세청장이 오는 경우가 있더라도 명분과 기준이 없는 인사에 항의하여 몸을 던져 저지한 고위 간부가 있었다는 전례만으로도 충분히 견제역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저를 음해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조사담당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만, 엄정한 과세를 하였고 범칙처리에도 하자가 없었기 때문에 검찰수사는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 드립니다.

저의 부덕한 소치로 인하여 국세청과 국세가족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점 사과드립니다.

저는 2007.4.23자로 의원면직 통보를 받아 이제는 30년간 몸담아 왔던 정든 국세청을 본인의 뜻과 관계 없이 떠나야 합니다.

제가 부산지방국세청장에서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옮기기 직전인 2006년 6월초에 당시 본청 총무과장이 “형식적으로 받아 두는 것이고 사직과는 전혀 관련없다”고 하며 2006.12.31자를 기준일로 사직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청하여 다른 인사관련 서류와 함께 작성해 준 사실이 있었습니다. 저의 의원면직 사유는 그 당시 작성하여 제출된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라 합니다.

2006.7.1 이후 고위공무원단제도가 새로이 시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 사직의사와는 관계 없이 사직서를 수리한 것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퇴임식 없이 이 고별사로만 1만 8천 국세가족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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